한국거래소의 70년 독점을 깨기 위해 구축하는 대체거래소(ATS)의 준비법인 넥스트레이드가 저렴한 수수료 시스템을 도입한다. 넥스트레이드는 주문 종류에 따라 다른 수수료율을 적용할 계획인데, 최대 40% 낮게 매길 방침이다. 다만 이는 증권사가 거래소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낮춰주는 것이라 이 수혜가 개인투자자들에게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그래픽=손민균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 1분기 ATS 개설을 추진 중인 넥스트레이드는 수수료를 산정하는 데 ‘메이커 테이커(maker-taker)’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시장 유동성을 만드는 메이커와 이를 가져가는 테이커의 주문을 분리해 수수료를 달리 받겠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일괄적으로 거래대금의 0.0023%를 수수료로 매긴다.

넥스트레이드, 그리고 한국거래소가 받는 수수료는 투자자가 직접 거래소로 지불하는 게 아니다. 주식 거래 수수료는 크게 2가지인데, 고객이 증권사에 내는 것이 있고 증권사가 거래소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있다.

즉 넥스트레이드가 수수료 낮춰준다고 해서 고객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증권사가 개인에게 받는 수수료는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픽=손민균

메이커란 시장에 호가(呼價)를 내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뜻으로 당장의 시장 가격이 아닌 가격을 정해놓고 주문(지정가주문)을 내는 자들이다. 가령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1주당 1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면, 주가가 9만9000원으로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이 가격에 매수 예약을 걸어두는 게 지정가주문이다. 넥스트레이드는 메이커 수수료를 한국거래소 수수료보다 40% 저렴하게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반대로 테이커란 유동성을 가져간다는 의미로, 메이커처럼 따로 가격을 설정하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에 주문을 내는 자다. 시장 가격에 주문을 내니 호가를 하나 가져간다는 뜻에서 ‘테이커’라는 이름이 붙었다. 넥스트레이트는 테이커에 대해선 한국거래소 수수료보다 20% 낮춰주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메이커의 수수료가 테이커보다 저렴한 이유는 메이커가 호가를 내 유동성을 공급한 공을 인정해서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뉴스1

투자자는 필요한 경우 거래소를 선택해 주문을 넣을 수 있으나 증권사는 인위적으로 선택하지 못한다. 증권사는 다양한 거래 가격을 비교해 투자자의 주문이 최선의 방식으로 체결되도록 보장하는 최선집행의무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증권사가 고객으로부터 매수 주문을 받았고, 한국거래소에 올라온 주식이 ATS보다 더 싸다면 증권사는 한국거래소에서 해당 주문을 체결해야 한다. 수수료 마진을 위해 ATS를 택한다면 이는 최선집행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

거래소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줄었다는 이유로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수수료를 덜 받을지는 현재로서는 정해지지 않았다.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현재도 수수료율이 낮다”면서 “ATS를 도입한다고 더 인하할 여지는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ATS 도입 이후에도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받는 수수료를 과거와 동일하게 받으면 증권사의 수수료 마진은 증가한다. 투자자가 증권사에 내는 수수료는 지점 주문이 아닌 이상 0.015% 수준이다.

(넥스트레이드 제공)

한편 넥스트레이드는 한국거래소와의 경쟁을 위해 저렴한 수수료뿐만 아니라 영업시간 연장, 거래 속도 차별화 등을 준비하고 있다. 영업시간과 관련해 현재 확정된 것은 없지만 넥스트레이드의 거래 시간은 한국거래소의 정규 시간(오전 9시~오후 3시 30분)보다는 길 것으로 예상된다. 정확한 영업시간은 넥스트레이드와 한국거래소의 합의로 정해질 예정이다.

취급할 수 있는 거래량이 정해져 있어 수수료 매출의 상방이 막혀 있다는 점은 넥스트레이드의 숙제다. 자본시장법상 ATS는 한국거래소 정규 시간에 거래된 양의 15%, 종목별로는 같은 기간의 30%만 유통해야 한다. 넥스트레이드는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한 후 성과를 내 영업 범위를 차츰 늘려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