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가좌’라고 불리면서 주식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가 됐던 디딤이앤에프 최대주주 김상훈(46)씨는 최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 자리에 올랐다. 개인 투자자가 정기 주총을 통해 이사회에 입성하는, 드문 일이 현실화했다.

김씨는 1년 전 스스로를 ‘모험가’로 소개하는 지분 취득 공시를 내며 세상에 등장했다. 김씨는 2022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스물세 차례에 걸쳐 주식을 샀다. 물타기(주식 추가 매수를 통해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일)와 기존 최대주주의 반대매매로 얼떨결에 최대주주가 됐는데, 결국에는 경영에까지 참여하게 됐다. 현재 지분율은 8.2%다.

1일 서울 성수동에서 디딤이앤에프 최대주주 김상훈(46)씨가 착잡한 심경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오귀환 기자

1일 오전 9시 서울 성수동 모처에서 만난 김씨는 지난 투자와 경영권 분쟁 과정을 떠올리며 “첫 투자 때 만해도 최대주주가 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건실했던 외식 기업이 망가지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며 “지금은 회사 정상화를 위해 뼈를 깎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심경을 밝혔다.

마포갈매기와 연안식당 등 외식기업을 운영하는 코스닥 상장사 디딤이앤에프는 지난달 27일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계속기업 존속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한 감사의견거절 사유를 해소하기 전까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주식 매매를 정지했다. 3년째 적자인 디딤이앤에프에 7300명가량의 소액주주 돈이 묶여있다.

‘모험가좌’로 알려진 김씨는 미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와 호텔 경영으로 유명한 스위스 로잔호텔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홍콩과 일본 호텔 등지에서 인턴십을 거친 뒤 군복무를 마쳤다. 레스토랑 컨설팅회사에서 IR 담당으로 일하다 회사를 나와 식음료 기업을 10년간 운영했다. 10년간 꾸준히 주식 투자도 해 왔다.

김씨가 ‘모험가좌’로 불리는 이유는 지난 2023년 3월 21일 첫 지분 공시 때문이다. 당시 김씨는 본인의 직업을 모험가(투자)라고 표기한 공시를 냈다. 해당 공시에서 김씨는 본인의 소속 회사를 ‘접속’, 부서를 ‘foolish’라고 적었으며 이메일 주소는 ‘******tact1818@gmail.com’이라고 표시했다. 김씨는 잇따른 매수로 지분율이 5%를 넘겨 공시 의무 대상이 됐다.

지난달 27일 디딤이앤에프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송도대홍프라자 2층에서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 김상훈(46)씨가 발언하고 있다. / 독자 제공

다음은 김씨와의 일문일답.

―직업이 분명한데 스스로를 ‘모험가’라고 소개한 이유는.

“한국 사람들이 매사에 너무 심각한 것 같아서 재미있게 해보자는 마음이 있었다. ‘표현의 자유’라고 있지 않나. 공시도 매번 똑같고 지루했다. 물론 스스로를 진짜 모험가라고 생각해 그렇게 적은 것도 있다. 네덜란드에 첫 주식회사가 설립됐을 때 여기에 투자한 사람들을 모험가라고 불렀다. 개인 투자자는 다 모험가다.”

―당초 목표한 투자금은 얼마였나.

“주식 투자를 할 때 늘 전체 지분의 1~3% 정도만 투자한다. 디딤이앤에프도 최대 20억원 정도가 계획한 예산이었다. 물론 계속 물을 타다(추가 매수) 보니 50억원이 넘는 돈을 쏟게 됐다. 가치 투자를 선호하는 스타일이라 한 종목을 많이 오래 보유하는 편이다. 그야말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이 전 대표가 ‘기업 사냥꾼’이라 공격하는데, 투자금은 어디서 났나.

“10년간의 사업과 주식 투자로 만든 돈이다. 10년 투자 수익률이 연 평균 30% 정도 된다. 사업보다 투자 쪽이 수익이 더 좋아 사업은 2018년에 모두 정리했다. 인생 첫 투자는 호텔신라였고, 이후 아모레퍼시픽과 CJ CGV 등을 장기간 보유해 큰 수익을 냈다. 전 경영진이 날 ‘기업 사냥꾼’이라 몰 자격이 없다고 본다. 이 전 대표가 있을 때 회사는 3년간 적자에 시달렸다. 회사 지분도 없고, 본인 회사도 아니니 회사를 건전하게 유지할 생각이 없었던 거다.”

―소액주주들은 거래 재개만 기다리고 있다. 언제쯤 가능할까.

“합의를 진행해 이달 안에 풀고 싶다. 하지만 정확한 시점은 한국거래소에 달려 있어 확답은 어렵다. 최대한 빨리 재개하기 위해 뼈를 깎는 마음으로 노력 중이다. 경영권 회복(확보를 의미)과 유상증자가 급선무다. 경영권은 지분이 많이 있어 임시주총을 열어 언젠가는 되찾아오겠지만, 그 시점을 당기려면 이 전 대표의 우호 세력을 설득해야 한다. 유증을 위한 투자자도 모집 중이다.”

―경영권 확보 후 회사 경영 계획은.

“우선 밀린 채무부터 탕감하고, 직원들 급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당장 현금이 말라 다음 달 직원들 월급도 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식자재비부터 세금까지 밀린 돈이 수십억원이다. 월급을 받지 않고, 회사 운영은 식음료 전문가들에게 맡길 예정이다. ‘디딤대첩’은 승리했고, ‘인천상륙작전’만 남았다.(디딤이앤에프 본사는 인천에 있다.) 하루빨리 상식에 맞는 회사로 바꾸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