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으로부터 전략 컨설팅을 받는 것과 관련해 인수합병(M&A) 담당 임원들이 내심 긴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최근 몇 년간 대규모 투자에 나섰는데, 컨설팅 과정에서 BCG가 M&A 성과와 판단 과정을 들여다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창원 SK 부회장. /뉴스1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달부터 BCG를 전략 컨설팅 자문사로 선정해 컨설팅을 받고 있다. BCG 2개 규모 팀이 SK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최창원 의장은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그룹 포트폴리오 밑그림을 새로 그릴 계획이다. 컨설팅 결과는 다음 달 나올 예정이다.

SK그룹은 2016년부터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2017년 SK실트론 인수(6200억원) ▲2018년 대규모 배터리 투자 ▲2020년 SK넥실리스 인수(1조1900억원) ▲2021년 인텔 낸드부문 인수(11조원) 등의 투자를 진행했다. SK그룹이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와 합작한 블루오벌SK 투자금도 5조원이 넘는다.

IB업계에서는 SK그룹 계열사들의 일부 M&A는 기업가치 대비 상대적으로 비싼 값에 인수한 경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K건설에서 사명을 바꿔 단 SK에코플랜트는 단순 건설사에 머물지 않고 친환경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국내 종합 환경플랫폼 기업인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 전자 폐기물 재활용업체인 ‘테스’(TES) 등을 인수했고 태양광·해상풍력·폐배터리·그린수소 등 친환경 사업 M&A에 3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다. 중간 지주사격인 SK스퀘어는 그립랩스를 투자금 전액 손실 처리했고, 빗썸메타는 운영 중단했다. 원스토어, 티맵모빌리티 등은 IPO를 성사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SK스퀘어는 지난해 11번가 콜옵션(매수할 수 있는 권리) 행사 포기로 투자자들로부터 신임을 잃은 일도 있다. 콜옵션은 권리일 뿐이지만, 그동안 자본시장에서는 일종의 의무로 인식됐다. SK스퀘어가 되사주지 않으면서 11번가는 FI(H&Q, 국민연금) 주도로 매각이 진행 중이다.

중복 투자도 개선 과제로 지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내 자회사들이 같은 사업에 진출하며 내부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것이다. SKC는 지난 2021년 영국 실리콘음극재 기업 넥세온(Nexeon)과의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음극재 사업 진출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SKC 이사회에서 관련 안건이 부결되면서 소수 지분 투자로 선회했다. 업계에선 이미 SK(당시 SK머티리얼즈)가 음극재 사업에 진출한 상황이라 이사회에서 중복 투자 문제가 거론됐기 때문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현재 SK그룹 ‘컨트롤 타워’는 최 의장이 이끄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가 맡고 있다. 협의회는 그룹 경영의 공식적인 최고 협의기구다. 최 의장은 고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막내아들로 최태원 회장과는 사촌 관계다. 그간 SK케미칼, SK가스, SK디스커버리를 이끌었고, SK케미칼의 바이오 사업부를 떼어내 SK바이오사이언스로 만들기도 했다.

SK그룹 한 관계자는 이번 컨설팅과 관련해 “SK그룹 전반이 아닌 일부 계열사에 한정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