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가 국내 독립리서치 업체들을 대상으로 자체 플랫폼에 들어와 리서치 자료를 무상 제공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독립리서치는 제도권 증권사에 속해있지 않고 자체적으로 기업 발굴, 산업 분석 등 보고서를 작성해 판매하는 독립된 회사를 의미한다. 보통 텔레그램 채널,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자체 리포트 발송 등 여러 플랫폼을 통해 유료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아무래도 영세한 사업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4대 금융지주라고 할 수 있는 우리금융이 무상 제공을 요구했다는 소식에 업계 관계자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만든 투자정보 플랫폼 '원더링'. /우리금융지주 제공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우리금융지주는 다수의 독립리서치를 만나 정보 제공 계약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금융지주가 운영하는 투자 정보 플랫폼인 원더링에 독립리서치 자료를 제공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원더링은 우리금융지주가 증권사 인수를 염두에 두고 만든 투자정보 플랫폼 사이트다. 지난해 12월 출시했기에 아직 이용자 수는 많지 않다. 투자 이슈를 모아놓은 인사이트 메뉴에서 가장 많이 읽힌 스토리의 조회수는 168회에 그친다. 대다수 스토리가 10회 내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원더링에 여러 독립리서치가 제공하는 정보를 모아 한눈에 볼 수 있는 탭을 만들어 하반기 내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원더링 내 투자 정보를 다양화하기 위해 독립리서치와 접촉한 것이다. 독립리서치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회사를 알릴 기회를 주겠으니 무료로 자료를 업로드하라”고 제안했다.

독립리서치는 투자 자료를 발간해 판매하는 것으로 매출을 낸다. 독립리서치와 협업 중인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은 리포트의 지식재산권 가치를 인정해 일정 금액을 이용료로 지불하고 있다.

독립리서치는 우리금융의 제안이 얼토당토않다고 생각하면서도, 향후 있을지 모를 협업을 생각해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독립리서치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와 협업할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면서도 “원더링에서 독립리서치 사이트로 아웃링크(특정 웹 페이지에서 정보를 제공한 외부 사이트로 이동하는 방식)하는 안이 나오기도 있지만, 실제 이용자가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기에 홍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독립리서치 대표들은 모두 ‘내가 리포트를 잘 써서 판매 수익을 내겠다’는 꿈을 갖고 창업한 사람들”이라며 “이들에게조차 리포트가 공짜라는 발상을 갖고 접근했다는 것이 불쾌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에는 리포트에 대한 저작권을 진정해 주는 분위기”라며 “요즘엔 공짜로 제공하라고 요구했다는 얘기도 들어본 바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우리금융지주 측은 독립리서치 대상으로 자료, 리포트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라는 요구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플랫폼 내 리서치사가 직접 자료를 게재한 후, 이용자가 이를 클릭하면 각사 홈페이지로 넘어가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즉 원더링에는 해당 콘텐츠를 저장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독립리서치사들은 인지도 확대, 고객 소통, 시스템 운영 등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우리금융의 제안이 윈윈할 수 있는 방식이라 보고,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금융지주는 증권사 매물 찾기에 고심하고 있으며, 고육지책으로 한국포스증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해당 사안에 대해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현재 타진 중인 사안이어서 확정된 건 없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