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 ‘먹튀(먹고 튀기)’ 논란이 일었던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377300) 대표에 이어 남궁훈 카카오(035720) 전 대표도 스톡옵션으로 95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챙겼다. 스톡옵션은 경영진이 받을 수 있는 정당한 보상이지만, 남궁 전 대표는 대표 내정 당시 마치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것처럼 입장을 표명한 적이 있어 주주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남궁 전 대표 내정 당시 카카오의 주가는 고점 대비 절반까지 떨어진 상황이었는데, 그러자 그는 기업 위기 극복을 위해 대표로서 스톡옵션을 받는다면 행사가를 15만원 이상으로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투자자들은 카카오 주식을 사들이는 등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그의 약속은 공언에 그쳤다. 6개월 만에 남궁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이후 그는 2016년 받은 스톡옵션을 2만원이 채 안 되는 가격에 행사했다. 카카오는 “대표 시절 받은 스톡옵션이 아닌, 그 이전에 받은 스톡옵션을 행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표 때 받은 스톡옵션이라면 행사하지 않았겠지만, 그전에 받은 스톡옵션이니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남궁 전 대표는 올 상반기 두 차례에 걸쳐 스톡옵션을 행사했는데, 행사 가격은 각각 1만7194원(11만9131주), 1만7267원(11만8623주)이었다. 남궁 전 대표가 스톡옵션을 행사할 당시의 주가는 각각 5만8100원, 5만5700원으로 만약 행사와 동시에 주식을 매도했다면 그는 주당 약 4만원, 총 94억3200만원의 차익을 남겼다.
스톡옵션은 기업이 임직원에게 자기회사의 주식을 일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으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의 전략 중 하나다. 스톡옵션 행사 여부는 임직원의 자유지만, 대표나 경영진이 기존에 약속한 것과 다른 시기에 행사한다면 도덕적 해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금융당국이 기업 임원의 스톡옵션 행사 기간에 제한을 둔 것도 그 때문이다.
남궁 전 대표는 카카오 주가의 구원투수를 자처한 인물이다. 카카오 대표로 내정된 그는 지난해 2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심플한 키워드로 크루, 사회, 주주들에게 (경영진의) 의지를 보여주자는 결론을 냈다”며 “(카카오가) 대표이사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다면 그 행사가는 15만원 아래로 설정하지 않도록 (회사에) 요청드렸다”고 밝혔다. 당시 주가가 8만73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주가가 2배에 근접한 수준까지 오르지 않으면 사실상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또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을 회복할 때까지 법정 최저임금을 받겠다고 공표했다. 이에 개인 투자자는 남궁 전 대표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당일에만 170억원 순매수하며 화답했다.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던 카카오는 소폭 반등하기도 했다. 주가는 한 달 뒤 10만85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남궁 전 대표는 카카오톡 먹통 사태로 취임한 지 6개월 만에 사임했고, 사임과 함께 취임 전 내걸었던 약속은 무효가 됐다. 대표에서 내려온 후 그는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상근 고문으로 2억5000만원의 급여를 챙겼고, 스톡옵션은 15만원이 아닌 1만7000원대에 행사했다.
남궁 전 대표는 2015년 카카오 게임사업총괄 부사장을 맡은 뒤 2016년 카카오게임즈 대표 등을 역임했는데 이 과정에서 스톡옵션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 행사한 스톡옵션도 이때 받은 물량이다. 카카오 대표로서 받은 스톡옵션은 아예 없다.
남궁 전 대표의 스톡옵션 행사에 대한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카카오에서 스톡옵션으로 문제가 된 건 남궁 전 대표뿐만이 아닌 이유에서다. 앞서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는 2021년 12월 카카오페이가 상장한 지 한 달 만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469억원을 챙겼다. 기업공개(IPO)로 투자자 자금을 끌어모은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고, 하필이면 주가가 상장 거품이 꺼지면서 급락했을 때라 대표의 행동이 큰 논란이 됐다.
류 전 대표뿐만 아니라 당시 카카오페이는 경영진이 집단으로 상장한 직후 주식을 처분했는데, 이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먹튀 논란이 일자 카카오 대표로 내정됐던 류 전 대표는 자진 사퇴했다.
주주들은 대표이사의 스톡옵션 대박이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투자자의 눈은 홍은택 카카오 대표를 향하고 있다. 홍 대표 역시 올해 스톡옵션 5만주를 받으면서 2월 회사의 주가가 2배 오를 때까지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당시 카카오 주가는 6만2400원인데, 현재 카카오의 주가(4만1400원)는 그 2배인 12만4800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홍 대표는 이미 스톡옵션으로 재미를 본 바 있다. 지난해 홍 대표는 과거 받았던 스톡옵션 4963주를 주당 2만4856원에 행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