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짙어지면서 금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달 들어 금 가격이 주춤한 모습을 보이지만 하반기에도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에 금 관련 상품에 대한 투자자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KRX 금시장에서 금 1kg 현물 가격은 1g당 8만322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8만6720원까지 올랐던 것에선 소폭 떨어졌으나 올 초 7만515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7% 상승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금 가격은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작년 10월 온스당 1660.6달러에서 지난달 1990달러로 6개월 만에 20% 가까이 급등했다.

금값 상승의 배경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경기 침체를 대비해 금 매수를 크게 늘린 것에 있다. 세계금협회(WGC)는 올해 1분기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매입 규모는 228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6% 늘었다고 발표했다. 특히 중국이 미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자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 동안 미국채를 팔고 금 386만 온스를 사들이면서 금값을 끌어올렸다.

달러화 약세도 금값 상승에 영향을 줬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은 달러화 가격과 음의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주요국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5일 기준 104.21로 작년 9월 114선까지 올랐다가 9% 가까이 하락했다. 달러인덱스는 100을 기준으로 100 이상이면 달러화 강세, 100 이하면 약세로 해석한다.

이에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은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국내 첫 금현물 ETF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에이스(ACE) KRX금현물 ETF’는 3개월 동안 8.8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골드선물 ETF’·'TIGER 금은선물 ETF’,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골드선물 ETF’는 4~5%대의 수익률을 보였다. ‘대신 레버리지 KRX 금현물 ETN’, ‘신한 레버리지 금 선물 ETN’도 3개월 동안 각각 16.96%, 13.27% 수익률을 기록했다.

금 관련 상품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수요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금 통장을 취급하는 3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에 따르면, 지난달 골드뱅킹 잔액은 각각 951억원, 4633억원, 344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잔액은 5928억원으로 전월(5186억원)과 비교하면 14.3%(742억원) 증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금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교착 장기화 및 유동성 위험, 미·중 갈등 격화 흐름 등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통화정책 전환 시기를 앞당길 잠재적 요인”이라며 “이는 금의 추가적인 상승을 이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은 하반기에도 상승 압력이 우세할 전망”이라며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와 신흥국 중앙은행 금 매수세 등 전체적인 매크로 여건이 금 가격에 우호적일 것”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