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SDI(006400)LG화학(051910), 두산밥캣(241560) 등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요 기업들을 집중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협력을 발표한 삼성SDI를 3000억원 넘게 순매수했고 LG화학과 두산밥캣에도 1000억~20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이달 들어 보름 만에 8000억원 넘게 순매도했지만, 삼성SDI 등 일부 기업들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베팅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외국인은 코스닥 상장기업인 에코프로(086520), 에코프로비엠(247540)을 적극 매수했는데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의 전통 배터리 기업으로 자금을 옮겼다.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콘퍼런스컨퍼런스 2023′에서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이 자사의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정재훤 기자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지난 2일부터 15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8274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지만, 이달 들어 매도로 돌아섰다.

그러나 외국인은 ‘셀 코리아’ 와중에서도 일부 기업 주식은 적극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15일까지 삼성SDI를 3273억8800만원(42만5700주) 순매수했다. 삼성SDI는 전체 시장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이다. 삼성SDI는 최근 GM과의 협력을 발표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양사는 배터리 합작 공장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업계에서는 연간 30∼50기가와트시(GWh)의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이 설립될 것으로 예상한다. GM은 미국 현지에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1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2‧3공장은 건설 중이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의 배터리 공장 증설 가능성 등을 고려해 지난 9일 삼성SDI의 목표주가를 기존 85만원에서 105만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는 “지금까지 저마진 수주는 안 받는 굉장히 보수적인 수주 전략을 취했던 삼성SDI가 GM과의 MOU를 통해 공격적인 영업 정책으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라며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삼성SDI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LG화학(2119억6900만원‧1610만4400주)과 두산밥캣(1371억600만원‧372만6600주) 등 전통적인 유가증권시장 상장 대형주 중심의 매수도 이어가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다만 이달 들어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종목 중에는 코스닥시장 상장 종목이 없다. 지난달 코스닥시장에서 에코프로비엠(2779억원), 에코프로(2093억5000만원) 등을 중심으로 6340억원을 순매수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순혁 넥스테라투자일임 이사는 “지난달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미국 등 주요국이 함께 개최한 핵심 광물 안보 파트너십(MSP) 회의의 영향으로 이차전지 소재 공급망 개선 가능성이 부각하면서 이와 관련된 에코프로 그룹 관련주들이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을 받았다”라면서 “이달 들어서는 외국인 수급이 전통적으로 많이 샀었던 대기업 계열의 배터리 회사들로 움직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