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373220), 에코프로비엠(247540), 엘앤에프(066970) 등 국내 2차전지 기업들의 주가가 최근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1개월 동안 40% 넘게 오른 곳들도 있다. 2차전지 기업들이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빚어진 니켈 등 원자재값 폭등으로 주가가 급락했지만 현재는 진정 국면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국내 2차전지 기업들의 주가는 니켈 등 원자재 가격과 중국 정부의 지역 봉쇄 상황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다시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주가가 다소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고 이를 투자의 기회로 보는 것은 아직 위험하다는 의미다.

테슬라 모델S./테슬라 제공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에코프로비엠(247540)은 지난달 15일 31만4200원이었던 주가가 지난 18일 46만7000원까지 올랐다. 한달 동안 주가가 48.6%(15만2800원) 급등했다.

코스닥 시총 3위 엘앤에프(066970)도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이 37.5%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2차전지 관련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같은 기간 19% 올랐으며, 삼성SDI(006400)는 24.6% 상승했다. 해당 기간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의 상승률은 각각 1.8%, 5.2%에 불과하다.

지난해 메가트렌드로 불리며 고공행진하던 국내 2차전지 기업들은 연초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공포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빚어진 원자재값 폭등으로 올해 들어 주가가 하락세를 탔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 테슬라와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외 대형 관련기업들이 예상보다 높은 1분기 실적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는 반등했다.

테슬라는 올해 1분기 약 31만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한 18만5000대의 2배 가까운 수치다. LG에너지솔루션도 올 1분기 258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58.0% 웃돈 어닝서프라이즈였다.

지난달 폭등했던 니켈 값의 상승세가 둔화된 점도 2차 전지 기업의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지난달 톤(t) 당 4만2995달러까지 치솟았던 니켈 가격은 지난 14일(현지 시각) 기준 3만3250달러까지 내려갔다. 전기차용 배터리 셀 전체 가격에서 양극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인데 니켈은 이 양극재 제조원가의 약 40%를 차지한다. 니켈 가격 변화가 전체 배터리 셀 제조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15~20% 수준으로 니켈 가격이 오르면 배터리 원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테슬라 실적이 워낙 좋게 나왔고 2차 전지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의 1분기 실적도 좋게 나온 것이 밸류체인 안에 있는 2차전지 종목들에 대한 투자 심리 개선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가격 반등을 믿고 투자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계한다. 이른바 ‘불타기’는 할 시기가 아니라는 의미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니켈 가격 상승은 최근 국내 배터리 셀, 소재 업종 주가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니켈, 코발트 등 삼원계 배터리의 주요 원재료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완성차 업체들의 LFP 배터리 사용을 늘리는 주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주로 국내 기업들이 생산하는 삼원계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전기차에 탑재한다. 반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주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니켈과 코발트 등 NCM 배터리의 원재료 가격이 계속 상승하면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이 주로 생산하는 LFP 배터리로 NCM 배터리를 대체하고 국내 2차 전지 기업들의 주가가 다시 주춤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봉쇄가 갑자기 풀릴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중국은 정부의 주요 도시 봉쇄의 영향으로 CATL 등 2차전지 기업의 주가가 급락한 상태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봉쇄를 해제할 경우 외국인 자금이 국내 2차전지 기업의 투자금을 빼서 중국 2차전지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 기업들의 주가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지역 봉쇄 조치는 중국내 전기차 판매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며 “(주가가 급락한 상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은 중국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한국 기업들에 대한 투자보다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 연구원은 “이런 현상이 발생하면 국내 증시에서 2차 전지 기업들에 대한 외국인 매도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