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 등 콘텐츠를 무제한 시청할 수 있는 넷플릭스처럼 월 구독료만 내면 정기적으로 그림(진품을 모방한 포스터 작품)을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글로벌 아트 저작권(IP) 플랫폼 ‘핀즐’이 이런 기업이다.
지난 2017년 9월 창업한 핀즐은 매월 새로운 그림을 잡지구독하듯 받아보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매월 국내외 아티스트 1명을 선정해 직접 인터뷰한 뒤 해당 작가의 이야기가 담긴 잡지와 그의 작품을 인쇄한 대형포스터(A1사이즈) 1점을 구독자에게 배달해준다. 액자를 추가 구매하면 작품을 집 안에 걸 수도 있다. 한 달 평균 1만9000원의 구독료를 받고 있다.
조선비즈는 지난 7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진준화 핀즐 대표를 만나 그림 구독 시장을 열어가는 핀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핀즐은 40여명의 소속 아티스트를 보유하고 있고 세계 1100여개의 그림 작품에 대한 IP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일부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모으는 단계로 장기적으로는 기업공개(IPO)도 추진할 계획이다.
진 대표는 창업 동기에 대해 “누가 알아서 집이나 사무실 등에 매달 한 장씩 핫한 젊은 아티스트 등 멋진 그림을 걸어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착안해 창업을 하게됐다”고 밝혔다.
그는 “트렌디한 느낌의 작품이나 포스터를 걸고 싶었는데 국내에선 제 취향에 맞는 작품을 찾기 어려웠고, 사회초년생이었던 제가 구매하기엔 작품들 가격이 너무 비쌌다”면서 “근본적으로 국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작품 폭이 굉장히 제한적으로 느껴졌고, 좋아하는 해외 인기 아티스트들의 작품과 IP를 확보해 국내에 공급한다면 분명히 수요가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진 대표에 따르면 핀즐은 지난해 독점적으로 확보한 해외 아티스트의 작품 약 1만3000여점을 판매했다. 그림 구독자도 급증하고 있다. 첫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 2018년 월 정기배송 서비스 이용자 수는 500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구독자는 약 1500명으로 3배 늘었다.
진 대표는 “구독자는 매월 집에서 편하게 가장 트렌디한 작품을 받아서 기존 작품과 바꿔 걸기만 하면 된다”면서 “대형 작품이 가기 때문에 그림을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인테리어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핀즐의 가장 큰 경쟁력에 대해 진 대표는 글로벌 아티스트의 IP를 풍부하게 보유했다는 점을 꼽았다. 다양한 해외 아티스트들의 작품에 대해 한국 내 독점적 라이선스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진 대표는 “핀즐에 직접 소속돼 있는 아티스트들은 약 40여명, 독점적으로 보유한 작품의 IP는 약 1100여개에 달한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IP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해외 아티스트 기준으로 보면 국내에서는 가장 많은 IP를 보유하고 있다고 자신한다”며 “2022년에는 더욱 박차를 가해서 아티스트 300명, IP 1만개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핀즐은 대기업과의 협업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기아자동차, 현대카드, 한섬, LG생활건강 등이 고객사로 합류했다.
진 대표는 대기업 고객사 중 특히 LG전자(066570)와의 협업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요즘 삼성이나 LG의 텔레비전을 보면 ‘갤러리모드’가 기본 탑재되어 있다”면서 “방송을 보지 않을 때 그냥 검은 화면으로 두기보다는 그림 이미지를 띄워 티비를 하나의 작품처럼 보이게 하는 기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갤러리모드의 탄생 배경을 이야기해줬다. 진 대표는 “LG전자에서 젊은 감각의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트렌디한 작품이 필요하다면 제안이 왔다”면서 “이 제안을 받아 핀즐이 파리, 도쿄, 방콕, 더블린 등 다양한 국가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큐레이션해 제공했다. 지난해 말부터 우리 작품이 포함된 갤러리모드가 공개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핀즐이 제공하는 작품은 LG의 TV를 통해 스트리밍할 수 있다.
스타트업은 초기 투자 유치도 중요하다. 진 대표는 현재 투자자 모집과 관련해서 “아직 1억원 정도의 엔젤투자만 받은 초기 스타트업”이라면서도 “서로 시너지가 나는 투자사를 찾기위해 연초부터 투자 라운드를 돌고 있으며,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Pre-A(시리즈A 이전의 투자 유치) 수준의 금액 규모로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라고 했다.
“아직 기관 투자는 받지 않았고, 자체 매출을 통해 성장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가 해외 아티스트의 작품이 국내 시장에서 수요가 있을지에 대한 검증의 과정이었다면, 올해부턴 폭발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달려보려 한다”면서 “서로 시너지가 나는 투자사를 찾기위해 연초부터 투자 라운드를 돌고 있으며,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초기 투자인 프리(Pre)-A 시리즈 수준의 금액 규모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 대표는 또 향후 상장 계획에 대해서도 포부를 밝혔다. 그는 “아직은 초기 스타트업 단계이다보니 상장을 이야기 하기에는 많이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상장 목표는 5년 후인 2027년쯤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pre-A 단계부터 시리즈C까지 5년 간 약 3~4회 정도 투자를 통해 상장할 수 있을 정도로 기업 규모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진 대표는 최근 미술시장에서도 대세가 되고 있는 대체불가능한토큰(NFT)나 블록체인에 대해서도 사업을 확장해 나갈 뜻을 내비쳤다. 그는 “좋은 IP를 많이 보유한 기업이 NFT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면서 “현재 양질의 NFT 작품 500개를 바로 업로드해 유통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회사는 NFT 플랫폼들과 작품 공급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조만간 첫 NFT 작품을 발행할 예정이다.
진 대표는 외국에 있는 미술 작품을 구매자가 원하면 직배송해주는 서비스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명품 시장에서 ‘발란’이라는 스타트업이 기존 백화점과 달리 재고를 두지 않고 고객이 구매하면 해외 부티끄에서 직배송해주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를 미술품 시장에도 도입하려는 것이다. 진 대표는 “미술 시장과 명품 시장이 형태와 고객 등 부분에서 매우 닮아있다는 측면에서, 한국 미술 시장에 ‘해외 작품 직배송’ 최초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