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이 연말 산타랠리 효과로 반짝 올랐지만 이후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외 규제와 세금 부과 등 악재가 가상자산 가격 상승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4년 전 가상자산이 폭락했던 시기가 다시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3일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일주일 전보다 8.29% 하락한 5594만원 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과 솔라나는 일주일 전보다 각각 7%, 14% 떨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투자자들은 “2017년 폭락장 때를 보는 것 같다” “중국발 이슈 등 좋지 않은 소식만 들려와서 두렵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4년 전 폭락은 2017년 12월 17일 당시 2082만원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이 이듬해 1월까지 한 달 만에 40% 넘게 하락했던 것을 말한다. 2018년 1월 18일 비트코인 가격은 1223만원까지 내려갔다. 이후 2018년 2월 5일 758만원까지 떨어진 비트코인은 긴 하락장을 경험해야 했다.
가상자산 투자심리가 악화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의 강력한 규제다. 지난해 9월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모든 종류의 가상화폐 거래를 불법이라고 규정한 뒤 전면 단속을 선언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15일 후오비 등 중국계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거래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고,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도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중국 사용자에 대한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이와 함께 중국이 가산자산를 대체할 디지털화폐 사용을 본격 추진한다는 소식도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줬다. 현재 중국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전후로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사용 범위를 크게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CBDC의 사용이 늘어나면 가상자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같은 디지털화폐라도 CBDC는 분산적 통화가 아니라 중앙은행의 통제력이 강화된 화폐로 (CBDC의 사용이 늘어난다는 것은) 가상자산 시장에 좋은 뉴스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도 악재가 존재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 1월부터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를 상속 또는 증여받은 사람이 가액의 10~50%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야한다.
중국 당국의 규제와 국내 세금 부과 등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는 위축되고 있다. 비트코인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가상자산 공포·탐욕 지수(Crypto Fear & Greed Index)’는 3일 기준 29점(두려운·Fear)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주 40점에 비해 다소 내려간 수치다. 이 지수는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업체 얼터너티브(Alternative)가 산출하는 지수로 0에 가까울수록 투자심리가 극도로 두려움을 나타낸다는 것을 뜻한다.
다만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디지털자산 심리지수 공포-탐욕 지수는 42.8점(중립)을 가리키고 있다.
한편,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비트코인 전망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JP모건은 비트코인의 목표 최고치를 14만6000달러(1억7318만원)로 제시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여러 이슈들로 단기적인 매물이 나올 수 있지만 기관 투자자의 자금 유입이 지속적으로 진행돼 조정 폭은 과거보다 심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관의 자금 유입으로 네트워크가 성장하고 있고, 이러한 네트워크 기반의 자산 가격은 우상향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암호화폐 투자 전문가 케빈 스벤슨은 “비트코인 매도 압력이 크게 약화되면서 반등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후오비 등 중국 거래소에 있는 중국인 보유 비트코인이 대규모로 처분되는 상황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분석이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금리 인상, 오미크론 이슈 등으로 인한 투자위축으로 작년 만큼의 급등세를 보이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보면 비트코인의 제도화에 대한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코인 신규 유입이 증가하고 있어 (가격이) 우상향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