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에는 지난해와 달리 많은 상장사가 중간(반기)배당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은 ‘여름 보너스’를 톡톡히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6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단기 조정이 예상되는 시장에서 중간 배당으로 용돈 벌이할 기회가 생긴 셈이다.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 배당주 투자가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가 최근 “내년 말에 첫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7월 FOMC와 8월 잭슨홀 미팅, 9월 FOMC 등에서 테이퍼링 가능성이 커진다면 변동성을 관리할 수 있는 배당주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 상장사 중 중간배당을 결정한 곳은 모두 59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최대치인 49개를 넘어선 것으로, 중간배당을 꾸준히 진행해왔지만 아직 공시를 하지 않은 회사까지 고려하면 올해 중간배당 규모는 더 커질 예정이다.
중간배당을 받고 싶다면 오는 28일까지는 중간배당을 하는 주식을 매수하면 된다. 12월 결산법인을 기준으로 오는 30일에 주식을 보유하면 되기 때문에 증권사에서 주식을 매수하고 예탁결제원에 본인 이름을 주주명부와 주권에 올리는 시간까지 이틀이 걸리기 때문이다.
◇ 중간배당 처음 하거나 재개하는 기업 주목
우선 올해 예상 실적이 좋아지면서 중간배당을 처음으로 도입하는 기업이 늘었다. 지난 8일 LG유플러스(032640)는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 환원 정책 강화를 목적으로 중간배당 지급 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LG유플러스의 이번 중간배당 규모는 주당 200원으로 예상된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연간 기준으로 LG유플러스 주당 배당금은 최소 500원에서 최대 600원에 달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상반기 40%, 하반기 60% 할당 구조로 배당금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6월 내 매수하면 1.3%의 수익률이 추가 확보된다”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혜주였던 씨젠(096530)을 비롯해 하나머티리얼즈(166090), 케이씨씨글라스 등도 첫 중간배당을 도입했다. 이노션(214320)도 중간배당을 처음 결정했다. 현대중공업지주도 상장 후 첫 중간배당을 한다.
더불어 코로나19 여파로 중간배당을 멈췄던 회사들도 일부 재개하기로 했다. 중간배당을 중단했던 현대차(005380)와 S-Oil(010950)도 올해 중간배당을 다시 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지난 2015부터 2019년까지 주당 1000원씩 중간배당을 지급했다. 올해 중간배당금은 2019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배당주로 꼽히는 S-Oil은 지난해 업황 부진으로 인해 12년 만에 중간배당을 중단했다.
업계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기업 실적 호조에 힘입어 중간배당을 실시하는 기업 수가 증가하면서 2019년 기록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사 중간배당금은 2019년에 최대치를 찍고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주저앉았다. 2018년 3조5488억원, 2019년 3조7128억원으로 증가해온 중간배당금은 지난해 3조원 아래인 2조9208억원로 하락했다. 지난해 중간배당을 했던 기업은 46개사로, 전년(2019년)보다 3개사 줄었다.
◇ 배당 제동 걸렸던 금융주, 중간배당 나선다
앞서 ‘배당 자제’를 권고받았던 금융지주회사들도 적극적으로 중간 배당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금융주에 20% 배당 제한을 권고해 금융지주회사들은 배당금을 줄였었다. 하지만 이 권고는 이달 말 종료된다. 이달 말 금융당국은 은행권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쳐 배당 제한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다만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4.0%로 상향한 데다 4분기 중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경기정상화 시나리오를 전제하고 있어 배당 제한 조치가 연장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에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은 중간배당을 예고했다. KB금융도 배당성향 확대 의지를 계속 피력하고 있고 우리금융도 배당 재원 확보를 위해 4조원어치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한 상태다. 두 지주도 중간배당이 유력해 보인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019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배당성향이 복구된다고 보고 지난해 하나금융과 유사하게 중간배당 규모가 전체 배당금의 약 30% 수준이 된다고 가정할 경우 대형 은행지주의 평균 중간배당 수익률은 1.6%로 추정된다”며 “지난해 배당 제한 조치를 감안하면 중간배당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또 “올해 대형 은행지주의 연간 전체 배당수익률은 4.7~6.2%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연간 배당수익률 추정치 중 JB금융지주가 6.43%로 전망됐으며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BNK금융지주도 각각 6.06%, 5.79%, 5.75%로 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