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3월 25일 17시 17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신선식품 새벽 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마켓을 운영하는 오아시스가 경쟁자 없이 유리한 조건에 티몬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오아시스는 주요 주주의 눈높이에 맞는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위해 인수합병(M&A)에 나서며 몸집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선 티몬 인수의 경우 오히려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오는 4월 티몬 인수를 앞두고 있다. 티몬 인수의향서(LOI) 제출은 지난 21일까지였고, 공식 인수 제안서는 오는 4월 9일까지다. 하지만 추가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반대로 오아시스는 딜 완주 의사가 강해 티몬을 품에 안을 확률이 높다.
현재 티몬은 우선협상대상자를 먼저 선정하고 공개입찰을 병행하는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 중이다. 오아시스는 지난 6일 티몬 매각 주간사인 EY한영과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해 우협으로 선정됐다.
오아시스는 티몬 인수가로 청산가치(136억원)를 소폭 넘는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광진 티몬 대표가 지난 18일 재판에 출석해 “인수 예정금액은 대략 30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으나, 이보다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아시스는 이커머스 기업치고는 곳간이 두둑한 편이라 레버리지(Leverage·차입)를 일으키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오아시스의 2024년 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 규모는 1490억원으로 2023년 말 대비 25.4% 증가했다. 2021년 988억원에서 꾸준히 현금을 늘려왔다.
오아시스는 M&A를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는 주요주주 때문이다. 주요 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UCK파트너스는 프리IPO 투자 당시 오아시스의 몸값을 8000억원으로 산정했는데, IPO를 하려면 최소 9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 조건을 지키긴 쉽지 않았다. 2023년 오아시스는 최대 1조2500억원의 기업가치를 기대하며 상장 절차에 나섰으나 기관 수요예측에서 투자자들이 인정한 몸값은 6300억원에 불과했다. 이에 UCK파트너스가 비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상장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즉 오아시스로선 향후 재개할 IPO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적극적인 M&A를 통해 몸집을 부풀리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다. 오아시스는 그간 메쉬코리아가 보유한 퀵커머스 브이, KT알파와의 합작법인으로 출범한 라이브커머스 기업 오아시스알파 등을 인수하며 신사업을 추진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 1월에는 닭가슴살 브랜드 ‘아임닭’을 운영하는 와이즈유엑스글로벌을 약 50억원에 조건부 인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아시스가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이름 있는 곳들을 잇달아 인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티몬도 한때 2조원에 달하던 몸값이 큰 폭으로 떨어진 만큼 비교적 헐값에 사서 부족한 점을 보충한다는 목적은 좋지만, 기업가치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티몬이 영업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판매자(셀러)들이 제대로 돌아올지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오아시스가 티몬에 관심 갖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티몬 회원 수다. 티몬의 활성화 회원 수가 약 400만~500만명으로 오아시스의 두 배가 넘는 점을 고려하면 적은 비용으로 회원 수 기준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티몬은 2023년 248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기업이다. 이커머스 업체 중 드물게 흑자를 내고 있는 오아시스 경영 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수 성사와 관련해 변수도 남아 있다. 지난해 대규모 미정산 사태 이후 셀러들에게 지급해야 할 정산금 문제가 그것이다. 오아시스가 써낸 가격으로는 미정산금에 대한 변제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채권자를 얼마나 설득하느냐가 티몬 인수의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Y한영은 4월부터 수만명의 채권자 설득 과정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