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의 DN솔루션즈 남산공장. /DN솔루션즈 제공

이 기사는 2025년 3월 25일 17시 58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코스피 상장 도전에 나선 글로벌 3위 공작기계 제조 전문기업 DN솔루션즈가 공모 절차 시작과 동시에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다. 희망 공모가 범위 상단 기준 상장 후 시가총액 추정치가 꼬박 1년 전 투자유치 당시 대비 2배 이상으로 뛰어서다.

몸값은 약 2배로 뛰었지만, 실적은 되레 악화했다. 순이익이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영업 환경 또한 나빠졌다. 시장에선 벌써 DN솔루션즈의 공모 흥행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57% 가까운 구주매출 비중도 악재로 꼽힌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N솔루션즈는 지난 14일 증권신고서를 제출, 상장 후 시가총액으로 최대 5조6634억원을 제시했다. 총 6313만7073주를 주당 6만5000~8만9700원 사이로 상장한다는 목표로, 하단 기준 몸값은 약 4조1039억원으로 추산된다.

공모 예정 주식은 상장 예정 주식의 약 28%인 1753만7000주(구주매출 996만406주 포함)로 구성됐다. 회사는 오는 4월 중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한다는 방침으로, 계획대로라면 오는 5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할 전망이다.

상장 주관사단도 화려하다.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UBS증권이 상장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여기에 한국투자증권과 메릴린치인터내셔날엘엘씨증권이 공동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4월 초부터 해외 기관 투자자 대상 로드쇼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호화 주관사단을 갖췄지만, 시장 반응은 부정적이다. 공모구조가 공모 주주가 아닌 기존 주주, 특히 지난해 4월 프리IPO(상장 전 자금조달) 투자유치에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에게만 유리하게 짜인 탓이다.

당장 몸값부터 두배로 뛰었다. DN솔루션즈는 꼬박 1년 전인 지난해 4월 산업은행과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프리IPO 투자를 유치했는데, 당시 기업가치가 2조5833억원으로 책정됐다. 전환우선주 방식으로 발행한 1주당 발행가액이 4만6496원으로 파악됐다.

공모주 투자를 주로 하는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주당 4만6496원이었던 주식이 1년 만에 8만9700원이 됐다”면서 “신주 발행 자금 유입 효과를 고려해도 희망 공모가 범위 상단 기준 100% 가까운 기업공개(IPO) 프리미엄이 적용된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DN솔루션즈의 지난해 4월 프리IPO 투자유치 당시 기업가치는 순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멀티플 8배 수준이 적용됐다. 그러나 이번 상장 몸값 5조6634억원에는 PER 멀티플 25.18배가 적용됐다. 할인율을 고려해도 상단 기준 19배가 적용됐다.

PER 멀티플이 8배에서 19배로 증가하는 동안 영업 환경의 변화는 없었다. DN솔루션즈는 연 2조원 넘는 매출을 내는 국내 1위 공작기계 제조 전문 기업으로 꼽힌다. 다만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에 그쳤고, 순이익은 6.7% 감소했다.

글로벌 공장 자동화 시장규모 전망. /DN솔루션즈, 인피니티 리서치 제공

시장 환경조차 녹록지 않다. 미중 갈등 지속으로 인한 글로벌 투자 심리 위축, 제조업 침체 등으로 주력인 절삭기계 판매가 감소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DN솔루션즈의 영업이익은 물류비(운반비) 증가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5.9% 줄어들었다.

회사는 공작 기계 자동화 설루션을 핵심 미래 사업 영역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글로벌 조사 분석기관인 인피니티 리서치는 글로벌 공장 자동화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97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며, 2028년까지 연평균 7%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해 DN솔루션즈가 공작기계 및 자동화 설루션으로 벌어들인 돈은 매출의 95.64%였다. 순이익률은 약 15% 수준으로, 매년 7%씩 성장한다고 가정할 경우 2028년 DN솔루션즈의 순이익은 4025억원이 될 전망이다. 멀티플 8배 적용 몸값은 3조원에 그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희망 공모가 범위 하단 기준 몸값도 4조원을 넘어서는 만큼 DN솔루션즈가 몸값 욕심을 많이 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면서 “구주매출이 57%에 달하는 점도 공모 흥행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DN솔루션즈는 이번 공모를 통해 4925억~6796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 공모 관련 비용을 제외하면 4888억~6750억원이 순유입될 예정으로, 공모 자금은 자동화 설루션 사업 확대를 위한 글로벌 연구·개발(R&D) 네트워크 구축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