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3월 21일 17시 55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코스닥 상장사인 조선 기자재 업체 에스앤더블류(103230)가 마스크 제조업체 신일이 보유 중인 부동산을 공시지가의 3배 가까운 가격에 매입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실거래가와 공시지가가 크게 차이 나는 일은 지방 부동산에서는 비교적 흔하지만, 이 회사들의 거래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번 거래가 기업 승계와도 맞물려 있을 수 있어서다.
아버지 회사(에스앤더블류)가 아들의 개인 회사(신일) 부동산을 비싸게 매입해 주고, 그 돈으로 아버지 보유 회사 지분을 매입해 승계에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스앤더블류는 이달 초 신일로부터 부산시 강서구에 위치한 토지와 건물을 149억원에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에스앤더블류 자산 총액(620억원)의 24%에 달하는 금액이다. 에스앤더블류는 부동산 매입을 위해 일부 금액을 은행 차입을 통해 보충했다.
시장에서는 정화섭(79) 에스앤더블류 회장이 보유 중인 지분을 아들인 정우진(51) 대표이사에게 승계하기 위해 정 대표의 자금 마련을 도운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동산을 에스앤더블류에 매각한 신일은 정 회장의 아들 정 대표이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 회사다.
에스앤더블류가 150억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매입한 신일 보유 부동산은 지난 2023년 말 기준 58억원(공시지가) 수준이다. 이는 신일의 감사보고서에 기재된 내용이다. 신일이 재무제표에 매각 예정 자산으로 분류한 해당 토지에 건물과 구축물 등을 합친 유형 자산의 금액은 98억원에 불과하다. 에스앤더블류가 50억원 넘는 웃돈을 주고 아들 회사가 보유 중인 부동산을 매입한 것이다.
전날 종가(2925원) 기준 에스앤더블류의 시가총액은 211억원 수준이다. 이를 고려하면 아버지인 정 회장 지분 302만3798주(42%)의 가격은 약 88억원이다. 신일이 토지를 매각한 자금을 아버지 지분 인수를 위해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무리없이 승계할 수 있는 셈이다. 아울러 증여세나 상속세를 추가로 낼 일도 없다.
지난해 말 기준 에스앤더블류의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71억원, 44억원이다. 지난 2022년 턴어라운드 이후 실적 우상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조선업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한 데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대한 반사이익이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상방도 크게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에스앤더블류는 주가 상승을 위한 활동이 전무하다. 에스앤더블류 소액 주주들은 “공식적인 기업 활동(IR)이나 배당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아버지에서 아들로의 원활한 승계를 위해 주가 부양 노력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다.
에스앤더블류는 지난 2022년 7월 부산시 사하구 신평동 560 부동산 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에스앤더블류는 매각 계약을 체결하면서 해당 부동산의 가치를 550억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에스앤더블류 시가총액의 두 배 이상인 부동산 자산을 보유 중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정 대표의 개인 회사인 신일이 정 회장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우진→신일→에스앤더블류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신일은 지난 2023년 매출액 4000만원, 영업손실 16억원을 기록한 회사다. 매출액 4000만원짜리 회사가 400억원대의 코끼리를 삼키는 모양새다.
이미 정 회장은 신일에 지분을 넘기며 승계 절차를 진행 중이다. 작년 5월 정 회장은 보유 중이던 지분 50만9000주를 신일에 블록딜로 매각했다. 지난 2023년 말 기준으로 에스앤더블류 지분이 없었던 신일은 작년 말 기준으로 8.56%를 가지게 됐다. 정 대표가 개인적으로 보유 중인 지분은 850주(0.01%)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에스앤더블류 측은 “본사 이전 계획에 따른 매수”라며 “양도 회사(신일)는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회사로 거래 가액의 적정성을 위해 감정평가 법인 2곳에서 감정평가를 진행한 뒤 매수 가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