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3월 13일 16시 46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국내 중소형 벤처캐피털(VC) 간의 펀드레이징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기관 출자 사업에서조차 타 기관의 출자 확약 없이는 위탁운용사(GP) 선정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벤처 투자 시장이 위축된 데다 민간 금융기관이 위험가중자산(RWA) 관리를 강화하면서 1% 미만의 관리보수율을 제시하는 하우스도 등장했다.
13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기관은 모태펀드 출자사업 위탁운용사(GP) 선정 과정에서 출자확약서(LOC) 제출 조합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출자의향서(LOI)도 내부 심사 기준에 따라 일정 비율을 우대 기준에 반영하나 은행과 지자체의 LOI를 제외하면 가점이 낮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진성 출자자를 확보한 하우스를 우대하는 방법으로 펀드 결성 실패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출자확약서는 민간기관 또는 기업 등이 벤처 펀드에 일정 금액의 출자를 약속한다는 서류다. 모태펀드 등 출자 기관이 타 기관의 출자확약서에 가점을 주는 이유는 펀드 결성 가능성이 높은 하우스를 선정하기 위한 것이다. 모태펀드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벤처펀드 출자 사업을 진행하는 연기금·공제회, 민간 금융기관 등 앵커 출자자의 출자 사업에서도 출자확약서는 필수 서류로 취급되고 있다.
벤처 투자 혹한기가 길어지며 펀드 결성을 완료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벤처캐피털이 속출하자 고육지책으로 내세운 규정인 셈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펀드 결성 확률을 높이기 위해 만든 기준이 오히려 중소형 벤처캐피털의 펀드레이징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업형 벤처캐피털(CVC)과 금융지주 산하 벤처캐피털에 출자가 쏠리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국내 독립계 하우스의 한 관계자는 “기업형 벤처캐피털이나 금융지주 산하 벤처캐피털에는 출자를 확약해 줄 모기업을 뒷배로 두고 있기 때문에 LOC를 확보하기가 한결 쉽다”며 “LOC 없이는 출자 사업에서 선정될 가능성이 낮아지는 만큼 중소형 하우스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출자 사업을 따내기 위해 관리보수율을 최저치로 맞추는 하우스도 등장했다. 관리보수율 하향으로 가산점을 받기 위해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관리보수는 성과보수와 함께 벤처펀드를 운용하는 VC의 핵심 수익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출자 사업에서는 1% 미만의 관리보수율을 제시한 하우스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도 이와 관련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김학균 협회장은 “최근 관리보수가 줄어드는 추세에 있고, LOC 위주로 출자 사업이 진행되는 문제에 대해 유의 깊게 보고 있다”며 “협회 데이터에 따르면 아직 염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특정 한도 이하로 삭감되는 부분은 제고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려고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