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미국의 관세 부과 강행에 대한 우려에도 약보합 수준에서 거래를 마감하며 2520선을 지켰다. 장 초반 운수장비 업종 중심으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상승 흐름을 보이기도 했으나, 장중 순매도로 전환하며 하락 마감했다. 다만 관세 안전주로 꼽히는 방산·조선 업종에 수급이 몰리며 글로벌 증시에 비해 비교적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4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86포인트(0.15%) 내린 2528.92를 기록했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58포인트(0.42%) 내린 2522.20으로 출발한 뒤 251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가 곧장 방향을 바꿔 2540대 후반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후 다시 하락 전환하며 2520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가 각각 1922억원, 1476억원어치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200 선물 시장에서도 3235억원어치 팔아치우며 8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렬을 지속했다. 개인 투자자는 현물 2065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선물은 1447억원 순매도했다.
간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강행에 따라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모두 1% 넘는 낙폭을 보였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경기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날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전 거래일(2월 28일) 국내 증시가 3%대 폭락을 겪은 영향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하방을 지지했다. 이날 일본 니케이225 지수는 1.2%, 대만 가권 지수는 0.7%, 홍콩 항셍 지수는 0.02% 하락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관세 행보는 2~3거래일 이상의 연쇄 급락을 유발하며 증시 추세를 붕괴시키기보다는 하락과 되돌림을 반복하는 변동성 재료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증시는 미국에 비해 관세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간밤 8% 급락한 엔비디아의 영향으로 SK하이닉스(000660)가 하락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함에 따라 공급망 차질 우려가 부각되며 LG에너지솔루션(373220), 삼성SDI(006400), 포스코퓨처엠(003670) 등 이차전지 관련주도 약세를 보였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이 사실상 무산되며 한한령 해제 기대감으로 상승했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하이브(352820)와 엔씨소프트(036570), 코스닥 시장 상장사 스튜디오드래곤(253450)과 위메이드(112040) 등 엔터·게임 기업이 하락했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현대로템(064350), 한화시스템(272210), LIG넥스원(079550), 한국항공우주(047810) 등 방산주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중단 명령에 이어, 유럽 각국이 우크라이나의 평화 보장을 명목으로 방위비 증액을 논의하면서다. 미 해군이 2054년까지 약 42조원 규모로 신규 함정을 조달할 예정이라는 소식에 HD현대중공업(329180), HD한국조선해양(009540), 삼성중공업(010140), HMM(011200) 등 조선주도 오름세로 마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관세 우려에 비교적 선방하는 모습을 보인 건 지난 금요일에 관세 현실화 우려가 이미 선반영된 상태이기 때문”이라며 “업종별로는 러·우 전쟁으로 인한 긴장감과 미국의 정책 모멘텀이 유입된 방산, 조선 업종이 지수를 떠받친 가운데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이차전지 섹터 등이 하락하는 리포지셔닝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06포인트(0.81%) 내린 737.90에 마감했다. 개인과 기관 투자자가 각각 367억원, 13억원어치 순매도했고 외국인 투자자가 424억원 순매수했다. 프로그램 매매에서도 차익과 비차익을 합쳐 634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알테오젠(196170), HLB(028300), 리가켐바이오(141080), 파마리서치(214450), 코오롱티슈진(950160) 등 제약·바이오 업종이 올랐다. 유가증권시장 이전상장을 철회한 에코프로비엠(247540)은 5%대 하락 마감했다. 보로노이(310210)는 개발 중인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의 첫 임상 결과가 예상보다 빠르게 공개될 것이란 소식에 20%대 급등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1.6원 내린 1461.8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