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

이 기사는 2025년 2월 12일 16시 54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글로벌 IT 기업 메타(옛 페이스북)가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직 기업가치 등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내외 IT 업계에서는 이번 딜의 성사 여부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퓨리오사AI는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퓨리오사와 함께 국내 양대 AI반도체 스타트업으로 불리는 리벨리온은 내년 상반기 중 국내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기술력은 이미 글로벌 IT 업체들에 의해 인정받은 상황에서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 발(發) 훈풍까지 불자, 리벨리온과 퓨리오사 모두 기업가치를 대폭 높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타는 퓨리오사AI를 인수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협상이) 아직 진도가 많이 나간 상태는 아니고, 메타 쪽에서 기술 검증 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업가치 등 구체적인 매각 조건이 정해진 건 아니나 업계에서는 8000억원이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8000억원은 지난해 퓨리오사AI가 시리즈C 브릿지 투자를 받았을 당시 인정받은 몸값이다.

메타는 최근 AI 칩 ‘MTIA’를 자체 개발했지만, 기대한 만큼의 성능을 내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여전히 막대한 비용을 들여 엔비디아 칩을 사용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가속기 시장에서 약 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퓨리오사AI의 차세대 AI 반도체 ‘레니게이드(RNGD)’가 엔비디아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퓨리오사AI는 지난해 8월 레니게이드를 공개하면서 “메타의 라마2 및 라마3와 같은 고급 생성형 AI모델의 대규모 배포에 이상적인 선택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스타트업들의 AI 반도체가 이미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제품력을 인정받았다고 보고 있다. 리벨리온의 칩은 지난해 미국 현지 유통사를 통해 메타에 납품된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IT 업체들이 리벨리온 제품을 사용해 보니 엔비디아 GPU보다 속도가 빠르고 전력도 덜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됐고, 이에 한국 AI 반도체 회사들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됐다”며 “퓨리오사AI뿐 아니라 리벨리온 역시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인수 제안을 몇 차례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엔비디아의 비싼 칩을 사용하지 않고도 높은 성과를 내자,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글로벌 업체들의 관심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딥시크는 엔비디아의 ‘H800′을 훈련 단계에 사용했지만, 추론 단계에서는 화웨이의 ‘Ascend 910C’ 칩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 모두 ‘딥시크 충격’의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되나, 리벨리온은 퓨리오사AI와 다른 길을 가기로 했다. 지난해 말 SK 계열 스타트업 사피온과의 합병을 마무리한 만큼, 제3자에 경영권을 매각하지 않고 상장해 외형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은 내년 상반기 중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해외 증시에도 상장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나, 현재로서는 국내 상장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 올해 하반기 중 상장 예비심사 청구 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매출액은 600억~1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