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테라시스 CI.

이 기사는 2025년 1월 2일 17시 32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하는 미용 의료기기 전문업체 아스테라시스가 수요예측을 앞두고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3분기까지 순이익이 17억원에 그쳤음에도 4분기에만 47억원 순이익을 낼 것이란 가정을 끌어와 1700억원 수준 몸값을 제시하면서다.

시장에선 ‘뻥튀기 상장’ 의혹마저 대두하고 있다. 아스테라시스의 지난해 11월 가결산 순이익이 4억원으로 집계되면서다. 내주로 예정된 아스테라시스의 수요예측이 부진할 경우, 공모주 시장 연초 효과 기대감이 시작부터 퇴색할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스테라시스는 오는 6일부터 10일까지 5거래일 동안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앞서 지난해 11월 6일 금융감독원으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금감원의 정정 요구와 공모주 시장 위축 등으로 공모 일정이 밀렸다.

아스테라시스는 이번 상장에서 총 365만주를 전량 신주로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상장 주관사인 DB금융투자는 희망 공모가 범위로 4000~4600원을 제시했다. 상단 기준 공모금액은 약 168억원으로 집계됐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최대 1680억원으로 추산된다.

회사는 미용 의료기기 제조·판매 전문업체로 2015년 설립됐다. 주름 제거, 탄력 강화 등에 효과를 내는 고강도집속초음파(HIFU) 기기 ‘리프테라’가 주력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181억원 매출을 냈다. 영업이익은 30억원, 당기순이익은 17억원으로 집계됐다.

해외 시장 공략을 앞세운 빠른 외형 성장이 아스테라시스의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2020년 말 전환사채(CB) 발행 투자금을 바탕으로 남미, 아시아 등 지역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 2020년 81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이 2022년 156억원, 2023년 175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다만 시장에선 몸값 욕심이 지나치다고 보고 있다. 아스테라시스가 일반상장 기업임에도 미래 실적 추정치를 끌어와 몸값을 산정하면서다. 통상 실적 추정치를 활용한 몸값 산정은 이익미실현 기술특례상장기업들의 기업가치 산정에 주로 쓰인다.

아스테라시스 몸값 산정에는 상대가치평가법 중 주가수익비율(PER)이 사용됐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 추정치 64억원을 현가 할인해 61억원으로 가정하고 클래시스, 원텍, 하이로닉을 비교기업으로 채택, 이들의 PER 배수 평균인 31.89배를 적용했다.

연간 64억원으로 추정한 당기순이익도 지나치다. 아스테라시스의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17억원에 그쳤다. 회사 측은 실적이 하반기에 집중되는 계절성에 지난 9월 출시한 미용 의료기기 신제품의 실적을 두루 고려했다는 설명이지만, 실상은 달랐다.

아스테라시스가 지난해 12월 20일 제출한 증권신고서 분석 결과 아스테라시스는 11월 한달간 4억원 수준 당기순이익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연간 64억원 추정치에 도달하기 위해선 4분기인 10월부터 12월까지 월평균 15억원 이상 순이익을 기록해야 했다.

아스테라시스 미용 의료기기 리프테라. /아스테라시스 제공

아스테라시스가 지난해 12월 3일 정정 증권신고서를 낼 때만 해도 뻥튀기 상장 의혹까지는 불거지지 않았다. 당시 해당 증권신고서에는 10월까지의 재무수치 가결산이 반영됐는데 아스테라시스의 신제품 판매가 늘면서 당기순이익 18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공모주 투자를 주로 하는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이대로라면 12월 한달 동안 아스테라시스의 당기순이익이 25억원을 기록해야 한다”면서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에 11월 한달간 순이익을 더한 것보다도 많은 순이익을 12월 한달 동안 내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아스테라시스는 할인율에서도 몸값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폈다. 당기순이익 가정치를 활용하면서도 평가 시총 대비 할인율은 24.95~13.70%를 적용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코스닥시장 일반상장 기업들의 할인율 21.91~33.38% 대비 8%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아스테라시스가 1700억원 몸값으로 상장 시 프리미어파트너스와 큐더스벤처스 등 CB 투자자들은 3배 넘는 투자수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이들 재무적 투자자들은 각각 2018년과 2020년 말 511억원 수준 기업가치에 CB를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 참여자 일부에선 아스테라시스의 몸값 부풀리기가 공모주 시장 연초 효과 반감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을 내비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연초엔 기관투자자들이 새로운 장부(book)로 자금을 집행하는 까닭에 공모주 시장에도 훈풍이 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공모주 시장이 빠르게 냉각한 뒤에는 상장 추진 기업들의 몸값 부풀리기가 크게 작용했다”면서 “연초부터 기업가치 고평가를 이유로 수요예측 흥행이 부진하면 공모주 시장에 온기가 돌기도 쉽지 않아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