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가격이 이달에만 11% 떨어져 월간 기준 30년만 가장 큰 하락세를 기록하자, 구리값 인버스 상장지수증권(ETN)들의 수익률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구리는 전자제품을 비롯해 자동차와 건설 등 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가격이 경기 회복 선행 지표 역할을 비교적 정확히 한다는 뜻으로 시장에서는 구리를 ‘닥터 코퍼(Dr. Copper·구리 박사)라고도 칭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이언트 스텝’ 등 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되며 구리 가격은 하락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미 증시가 큰 낙폭을 기록한 지난 13일 이후 국내 증시에 상장된 구리 인버스 ETN들의 수익률은 줄줄이 29~39%대를 기록했다. 상품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인버스 ETN과 인버스 레버리지 상품을 뜻하는 ‘곱버스(1% 하락시 2% 상승)’의 경우 기초 자산이 되는 상품 가격이 하락할 경우 수익률이 올라가게 된다.
이날 오후 1시 10분 기준 ‘TRUE 인버스 2X 구리 선물 ETN’과 ‘신한 인버스 2X 구리 선물 ETN’은 모두 지난 13일 이후 수익률이 39%에 달하며 구리 인버스 ETN 중 가장 높았다. ‘하나인버스 2X 구리선물 ETN(33%)’과 ‘삼성 인버스 2X 구리 선물 ETN(33%)’, ‘메리츠 인버스 2X 구리 선물 ETN(33%)’, ‘QV 인버스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30%)’, ‘KB 인버스 2X 구리 선물 ETN(29%)’ 등이 대부분 29~33%대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앞서 26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세계 경기침체 우려로 구리, 주석 등 금속 현물 지수가 이번 분기에 26% 급락,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분기 기준 하락세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코로나 봉쇄 해제 이후 경기 낙관론과 공급망 혼란 등으로 급등했던 금속 가격이 최근 급격하게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불과 4개월 전 역대 최고가로 치솟았던 구리 가격은 지난 24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16개월 만에 최저치인 톤(t)당 8122.50달러까지 떨어졌고 28일 기준 8502달러를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 연준의 긴축이 자동차 등 임의소비재에 영향을 줘, 산업 기계와 같은 분야에서 (금속) 수요 둔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구리 재고는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파악돼 공급이 타이트한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의 수요 둔화 우려도 금속 가격 하락에 일조하고 있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 원자재 내 최악의 성과를 기록한 섹터는 산업금속으로 유일하게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면서 “글로벌 최대 금속 소비국인 중국의 바잉파워(구매력)이자 산업금속을 대리하는 위안화의 약세와 미 연준과 중국 인민은행(PBOC)의 ‘디커플링’으로 구리 가격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가속화와 중국 당국의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산업금속 투자는 단기 조정시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