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결제 끝났어요?”
한국은행 디지털 화폐(CBDC) 실사용 테스트가 처음으로 이뤄졌다. ‘프로젝트 한강’이라는 이름의 이번 테스트는 한국은행 주도 아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와 은행연합회, 7개 은행(IBK기업·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BNK부산) 등이 힘을 합쳐 선보인 대규모 사업이다. 일반 국민 10만명이 이달 1일부터 6월 30일까지 테스트에 참여한다. 테스트 시행일인 1일, 기자가 직접 프로젝트 한강에 참여해 봤다.
CBDC 이용의 첫걸음은 전자지갑 개설이다. 전자지갑 개설은 각 은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이뤄진다. 개설 과정은 약관 동의→신분증 촬영→은행 계좌 확인→본인 확인→계좌 연결→비밀번호 설정 등으로 이뤄진다. 모든 절차를 마치고 전자지갑을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5분. 이미 각 은행에서 신원 확인과 통장 개설을 마친 고객이 테스트 대상인 만큼 전자지갑 개설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자지갑을 만들었다면 다음은 ‘예금 토큰’을 충전할 차례다. 예금 토큰이란 전자지갑 내 충전된 디지털 화폐를 뜻한다. 프로젝트 한강의 결제 수단이기도 하다. 이용자 명의의 은행 예금 계좌 내 보관 중인 돈을 전자지갑으로 옮기면 예금 토큰이 된다. 예금 토큰 충전도 각 은행 앱 내 전자지갑 페이지에서 이뤄진다. 예금 토큰 충전은 충전 금액 설정 외 별다른 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 앞서 전자지갑을 만들면서 연계 계좌를 지정했기 때문이다. 토스 등 간편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듯 몇 번의 터치만으로 충전 및 반환이 가능하다. 충전 및 반환 전 과정에 드는 시간은 약 20초다.
예금 토큰까지 갖췄다면 CBDC를 이용할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용자들은 시범 사업 중 지정된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예금 토큰을 결제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예금 토큰 결제는 은행 앱 내 QR코드로 이뤄진다. 예금 토큰 충전 후 곧바로 서울 도심의 한 세븐일레븐 매장으로 향했다. 아무런 말 없이 매장 직원에게 QR코드를 보여주자 직원 역시 아무런 말 없이 QR코드를 스캔, 2초 뒤 결제가 완료됐다. 장소를 옮겨 이디야커피 매장에 방문해 예금 토큰 결제를 시도했다. 마찬가지로 결제에 소요되는 시간은 2초에 불과했다.
실제로 이용해 본 예금 토큰 결제는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예금 토큰 결제 서비스 도입의 주된 목적 중 하나는 결제 편의성 제고다. 은행 계좌 내 예금만 있다면 지갑 없이 스마트폰만으로도 온·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하다. 다만 이러한 장점은 시장에 이미 진출한 간편결제 서비스들이 전부터 구현하고 있다. 예금 토큰 오프라인 결제에 걸린 시간 2초가 짧은 것은 맞지만 다른 간편결제 역시 2~3초, 길어야 5초 이내에서 결제가 완료된다. 기존 간편결제와 비교했을 때 예금 토큰만이 내세울 수 있는 이용자 편익은 없다.
오히려 이용 과정 중 발생하는 불편이 예금 토큰 결제의 문제점이다. 예금 토큰 결제 준비 과정은 은행 앱 구동→전자지갑 페이지 접속→비밀번호 입력→QR 코드 띄우기→비밀번호 재입력 순으로 이뤄진다. 비밀번호를 두 차례나 입력해야 하는 데다 은행 앱 특성상 핀테크 앱보다 가동 속도가 느려 이용자들이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편리한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불편한 준비를 거쳐야 하는 역설에 빠진다. 삼성페이의 경우 터치 한 번으로, 애플페이의 경우 버튼을 두 번 누르면 결제 준비가 끝난다.
한은은 테스트 종료 후 결과를 모아 서비스 개선에 착수할 방침이다. 한은은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개선사항에 반영하고 시스템을 정비한 뒤 후속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후속 테스트에선 개인 간 송금, 디지털 바우처 프로그램 등의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