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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33)씨는 최근 저축성 보험을 알아보다 양로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한 달에 200만원가량 내는 고액 가입이었지만, 해지 등 유사 상황에 대한 우려가 적다는 보험설계사의 추천 때문이었다. 김씨는 “초기환급률이 다른 상품보다 높아 내 집 마련 등 목돈을 쓸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손해가 덜할 것 같았다”고 가입 이유를 설명했다.

보험법인대리점(GA)에서 최근 양로보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특정 상품은 판매액이 수십억원에 이르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저축성 상품인 양로보험은 가입자가 보험기간 중에 사망하면 유족이 사망보험금을 받고, 만기 때까지 살아있으면 적립보험료를 적금처럼 받을 수 있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라이프생명 ‘100세만족 연금보험’ 양로보험은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2주 동안 72억원가량 판매됐다. 같은 기간 전체 양로보험 판매액이 75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96%가량을 차지했다.

이 상품은 안정적인 노후 자금 확보를 내세우며 2.75% 확정금리와 높은 환급률, 더 커진 연금액 등을 내세우며 판매되고 있다. 가입 연령에 따라 다르지만 5년 시점 환급률이 102~104%에 이른다. 5년 이전에 납입종료도 가능하다. 금리에 따라 해약환급금이나 연금액이 변하지 않고, 고객 요구에 맞게 상품 설계가 가능한 게 특징이다.

이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한 보험설계사는 “최근 이 상품으로 실적을 올리는 설계사들이 현장에 많다”면서 “이 상품이 다른 상품 대비 괜찮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폭발적인 반응이 나올 줄은 몰랐다”고 했다.

양로보험은 저축성 상품 특성상 초반 납입보험료에서 사업비를 제외한 대부분이 적립되기 때문에 초기 해지 환급률이 높다. 양로보험의 초기 해지 환급률은 저해지 단기납 종신보험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양로보험은 보장성 보험이 아니므로 보험계약마진(CSM) 확보 측면에서 단기납 종신보험보다 불리한 구조를 가진다. 저축성 상품 특성상 마진율이 낮아 CSM 반영이 적으며, 보증이율과 위험률 마진이 거의 없고 사업비 마진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판매를 하는 이유는 양로보험의 건당 보험료는 단기납 종신보험 대비 4~5배 높아 건당 CSM 측면에서는 오히려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로보험 판매가 급증한 다른 이유로는 고액 단기납종신보험의 대체 상품이라는 점이 꼽힌다. 보험료가 비싼 단기납 종신보험에 비해 양로보험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는 데다 보장 기간이 길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재정관리가 가능하다. 또 보장 내용이 노후 생활비 및 장기 요양 등 다양한 상황을 아우른다는 장점도 있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이 비슷한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NH농협생명의 ‘진심을담은NH종신보험’ 역시 매년 사망보험금이 3%씩 증가해 최대 160%까지 늘어나고 노후자금설계전환특약을 통해 계약자 적립액을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납입기간을 2개로 구분해 제1납입기간에는 더 많은 보험료를 납부하고 제2납입기간에는 제1납입기간의 10%만 부담한다는 게 특징이다.

이처럼 시장에서 양로보험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앞으로 양로보험이 주요한 노후 준비 수단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더욱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