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이 21일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지난해 저축읂앵 경영 현황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저축은행업계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 매각을 올해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수요가 줄어든 만큼, 당분간 경·공매와 공동펀드 조성을 통해 부실채권을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기업대출 약 50조원 중 PF·브릿지론 등 부동산 관련 대출 규모는 약 13조원이다.

21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 연체율은 8.52%로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말(6.55%)보다 1.97%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연체율이 0.48%포인트 하락한 4.53%를 기록했지만, 기업대출 연체율이 4.79%포인트 상승한 8.52%까지 치솟으며 전체 연체율 상승을 이끌었다.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비중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3년 말 7.75%에서 지난해 말 10.66%로 상승하며 건전성이 악화됐다.

기업대출 연체율이 치솟은 이유는 PF 대출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2018년부터 PF 대출을 늘렸으나, 2022년 ‘레고랜드 사태’를 시작으로 PF 시장이 경색된 데다, 부동산 경기마저 둔화되면서 부실이 발생했다. 저축은행은 경·공매와 공동펀드 조성을 통해 부실채권을 매각했고, 부동산 관련 대출 규모는 2022년 말 26조원에서 지난해 말 13조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저축은행업계는 올해 부실채권 매각에 집중할 예정이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금융 당국이 원하는 첫번째가 PF·브릿지론 등 부동산 자산 정리 속도를 높여 시장 안정성을 확보해달라는 것인데, 이에 동의하고 올해 적극 추진해나가겠다”고 했다.

서울의 한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자재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저축은행업계는 부실채권 정리에 속도가 붙으면 흑자전환도 빨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축은행은 PF 부실 우려가 커지자 부동산 관련 자산의 30%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았고, 수익성이 악화됐다. 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전입액은 2020년 1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7000억원 수준으로 뛰었다. 지난해 저축은행 순손실은 3974억원 수준이다.

오 회장은 “대손충당금을 강화했으면 좋겠다는 금융 당국 요청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더 쌓으면서 4000억원에 가까운 적자가 났다”라면서도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익이 손익분기점을 넘은 상황이라 적자는 지난해 상반기에서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크게 의미있는 숫자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연말까지는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축은행업계는 연체율이 상승했지만, 자본능력은 충분한 만큼 2011년 ‘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오 회장은 “자본안전성이 떨어지는 와중에 연체율이 높아지면 위험하겠지만, 현재는 연체율이 올라가도 버틸 여력이 충분하다”고 했다. 지난해 저축은행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5.02%로 법정 기준(7~8%)보다 높고, 유동성 비율도 법정기준인 100%를 상회하는 181.92%로 나타났다.

앞서 금융 당국은 업황 악화 등으로 저축은행업권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 인수합병(M&A) 기준을 2년 동안만 완화하기로 했다. 부실 PF 대출을 정리하기 위해 1조원 규모의 ‘3·4차 PF 정상화펀드’를 조성하고, 부실채권(NPL) 전문회사 설립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 당국은 올해 하반기 중 저축은행업권의 규제체계를 강화하는 ‘저축은행 발전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