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 단지 모습./뉴스1

금융 당국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용산구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여파에 인근 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번지지 않을지 주시하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 전체의 가계대출 문턱을 높였던 지난해와 달리 집값이 급등한 일부 지역을 ‘핀셋 규제’하려는 계획인데, 자칫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수) 등의 수요가 규제 외 지역으로 빠르게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번 주부터 서울 전 지역을 구(區) 단위로 세분화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추이 및 집값 동향을 살펴보고 있다. 여기에 경기 과천, 성남, 하남 지역도 포함시켰다. 직전까진 서울 강남 3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동대문, 서대문구만 묶어 가계대출을 주 단위로 모니터링·관리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어디에서 튈지 모르기 때문에 지역을 쪼개 추이를 세밀하게 점검하고 있다”며 “선제적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금융위는 전날 발표한 토허구역 지정 발표 후 ‘풍선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강남 지역에서 갭투자가 막히면서 임차 매물이 줄어 전월세 가격이 오르고 투자 수요가 분산돼 규제에서 빗겨난 마포·성동·강동·동작구 등의 집값이 들썩일 수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셋째 주 기준 마포구와 성동구의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각각 0.29%, 0.37%로 전주 대비 오름폭이 확대됐다. 토허구역으로 묶인 용산구(0.34%)와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가 시장 과열이 이어지면 추가로 토허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주택 공급 부족이 지속되는 가운데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있어 주택 매수세 자체가 꺾이진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그래픽=정서희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이례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주택시장의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은행에 대출 규제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전날 부동산 관계기관 회의 후 브리핑에서 “투기적 수요에 대해선 금융권이 스스로 차단하도록 정부가 요청했다”며 “3월 중 은행권이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은행들은 집값이 단기 급등하거나 대출 수요가 쏠린 지역에 한해 다주택자 신규 주담대,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 당국이 주목하는 것은 4월 가계대출 증가 폭이다. 주택 계약 후 대출이 실행되기까지 통상 1~2개월가량이 걸리는데, 지난달 주택 거래가 크게 늘어 4월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월 주택 거래량은 8910건으로 1월(5941건)보다 50% 늘었다. 금융 당국은 4, 5월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추가 규제를 지체 없이 쓰겠다는 입장이다.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금리의 지역별 차등화, 적용 범위 확대 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