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노동조합원들이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기업은행 본사에서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까지 총파업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말 총파업에 나섰던 기업은행(024110) 노동조합이 행장실을 점거하고 무기한 천막 농성을 벌이는 등 강경 노선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은행은 노조의 행장 점거에 올해 경영 목표를 일부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노사는 최근 올해 경영 목표를 하향 조정하는 데 합의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퇴직연금과 신용카드 목표치를 일부 하향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은행 노조는 올해 경영 목표가 과도하다면서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 있는 행장실을 점거했다. 기업은행은 연초 퇴직연금과 카드 이용대금 등 30개 항목의 경용 목표를 설정했는데, 노조는 노사 합의 없이 설정된 목표라며 반발했다. 경영 목표에는 퇴직연금과 카드 이용대금을 전년 대비 각각 14%, 3%씩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기업은행은 이에 반발해 행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결국 사측은 최근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고 경영 목표치를 하향 조정했다. 노조는 경영 목표 하향 조정 후 행장실 점거 농성을 풀었다.

김성태 IBK기업은행장. /뉴스1

노조는 현재 본점 앞에서 무기한 천막 농성도 벌이고 있다. 노조는 올해 임금 인상률 2.8%, 특별성과급 250% 지급, 우리사주 1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은행에 시중은행보다 30% 낮은 임금을 책정해 적정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노조는 또 직원 한 명당 600만원가량 시간 외 수당 미지급금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12월 특별성과급 지급과 총액인건비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면서 총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기업은행 노조의 총파업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총액인건비는 기획재정부가 매년 설정하는 인상률 상한 이내에서만 인건비를 책정할 수 있는 제도다. 사측은 총액인건비 제도에 따라 임금을 책정하고 있어 임금 인상과 특별성과급 등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조는 여전히 제도 개선과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면서 농성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에서 최근 새로운 노조가 설립되는 등 노사 갈등에 이어 노노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며 “노조가 강경 노선을 이어가고 정치권과도 협업하면서 경영진이 노조에 끌려가는 모습이다”고 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당초 노사간 이견이 있었으나 최근 불확실한 경기 상황 등을 감안해서 경영 목표를 일부 수정해 노조와 협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