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과 사라진 고금리 상품에 ‘짠테크’(적은 돈으로 투자하는 재테크 방식)가 주목받고 있다. 금융권에선 자사 서비스 이용도를 높이고자 다양한 짠테크 상품을 내놓고 있는데, 과거에 유행했던 걸어서 돈을 버는 정도를 넘어 주식가격을 맞출수록 돈을 받거나 출석할수록 우대금리를 받는 등 투자자의 이목을 끄는 새로운 방법이 도입되고 있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토스는 최근 진행했던 ‘꽃돼지 저금통’ 이벤트를 재원 고갈로 하루 만에 조기 마감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동안 사용자 약 640만명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토스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가 가상계좌인 꽃돼지 저금통을 만들고 지인 등을 초대해 밥을 주는 형태로 포인트 1만점을 채우면 바로 현금 1만원을 찾을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앱 사용자를 늘릴 수 있고 기존 사용자는 현금 1만원을 얻게 되니 양측의 수요가 맞았던 것. 이 외에도 토스에서는 먹고 싶은 간식 1등 맞추기, 행운복권 등 실험적인 현금보상 콘텐츠를 여럿 내놓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새로 시작하는 주식거래 간편연결 서비스 홍보를 위해 주식가격 베팅 이벤트를 시작했다. 사용자는 자신의 증권계좌를 네이버페이에 연결하고, 특정 종목의 주가를 예측하면 가장 근접하게 예측한 사용자에게 현금처럼 사용하는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최대 3만포인트 지급한다. 카카오페이 또한 카카오페이증권과 자신의 카카오페이를 연결한 고객에게 30만원까지 연 5%의 이자를 지급하고, 매일 출제되는 퀴즈를 맞히고 클릭으로 현금성 포인트를 모으는 등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핀테크업계가 ‘앱테크’에 공들이는 동안 인터넷은행과 2금융권은 고금리 소액적금으로 소비자를 끌어모았다. OK저축은행이 최근 출시한 ‘작심한달 적금’은 가입자가 최대 1만원을 30일 동안 매일 저축할 수 있는 상품으로, 기본금리 4%에 우대금리를 더하면 최고 연 20.25%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비슷한 상품으로 iM뱅크는 연 최대 7.05% 금리의, 케이뱅크는 연 최대 7.2%의 한달짜리 고금리 적금을 내놨는데 iM뱅크의 상품은 조기 마감됐고 케이뱅크 상품은 누적 30만좌를 기록하고 있다.
온라인연계금융투자업(온투업·P2P)계에서는 오픈런까지 해야 하는 채권형 투자상품이 인기다. 온투업 특성상 최소 5000원이라는 적은 돈으로도 투자가 가능하고 돈이 묶여있는 시간도 짧아 자본이 적은 투자자들의 참여가 몰렸다. 채권형 투자상품은 아파트, 주식, 매출채권 등을 담보로 차입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투자자가 연 7~20%의 이자를 받게 되는 형식이다. 온투업 1위 PFCT가 이번 주 열었던 상품들은 모두 5초 이내에 마감됐다.
짠테크 열풍은 고금리 상품이 사라지고 경기가 어려워진 가운데 금융업계의 서비스 확장 및 소비자 데이터 수급 수요가 들어맞은 결과다. 지난 5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생활필수품을 조사하는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2.6%로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높았다. 경기불황에 따라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불확실성으로 투자심리가 약화되면서 간단한 행동으로 돈을 벌거나 소액으로 안전하게 수익을 내는 방식에 관심이 모이는 것이다.
지금껏 짠테크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만보기 형식’에서 벗어난 것도 트렌드다. 만보기 식 앱테크는 걸음 수에 따라 적립해 주는 포인트를 편의점, 카페 등 다양한 제휴처에서 쓸 수 있었는데, 최근 금융권에서는 1등을 맞추는 베팅 형식, 매일 출석하면 다른 우대금리를 주는 확률성 아이템 형식 등 다양한 요소를 차용한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에 공들이던 투자자들도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당분간은 안정적인 피난처를 찾고자 고금리 단기상품, 또 현금을 얻을 수 있는 앱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다만 금융사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앱 사용도나 개인정보 등 소비자 데이터기 때문에 무분별한 가입보다는 개인정보 활용 동의안을 살펴보고 신뢰할 수 있는 금융사를 선택하길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