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2월 13일 서울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열린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 강화 업무협약식에서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우리금융지주 ‘경영실태평가 3등급’ 강등과 관련해 졸속 심사·공정성 논란이 불거지자, 금융감독원이 등급 결정의 배경을 이례적으로 발표했다. ‘매운맛’을 예고한 이복현 금감원장이 이미 결론을 정한 채 속전속결로 등급을 낮췄다는 뒷말이 무성하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19일 ‘최근 실시한 우리금융 대상 경영실태평가 결과 설명’이란 제목의 보도참고자료를 배포, “우리금융 정기검사 결과 내부통제,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미흡 사항이 발견돼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3등급으로 한 단계 낮췄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 자료에서 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3등급으로 낮춘 배경을 나열했다. 금감원은 우선 우리금융이 자회사 인수합병(M&A) 등 주요 경영 의사결정 시 사전 검토가 미흡했다고 했다. 동양·ABL생명 M&A 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점을 지적한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동양·ABL생명 M&A 추진 과정에서 내부 규정을 무시하고 리스크 심의 없이 이사회를 강행했다고 했다. 우리금융 내부 규정에 따르면 M&A와 같은 주요 경영 사항 추진 시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반드시 받아야 하며, 이 심의 결과는 이사회 의사결정에 반영돼야 한다. 그러나 임 회장은 이러한 절차를 무시한 채 이사회를 강행했다는 것이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또 우리은행에서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73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불거진 점도 문제 삼았다. 금감원은 “주요 자회사의 거액·반복 부당대출 등 금융사고에 대한 관리가 미흡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타 금융지주와 비교해도 리스크관리 측면에서 다소 미흡한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연합뉴스

금감원은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서둘러 나온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금감원이 정기검사를 마치고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내기까지는 통상 1년 안팎이 걸리는데, 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 등급 결정은 3개월 만에 이뤄졌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이 지난 1월 동양·ABL생명에 대한 자회사 편입 승인 심사를 신청함에 따라, 최신 경영 현황을 반영한 객관적·합리적 심사를 위해 경영실태평가 부분을 분리해 우선 처리한 것”이라며 “다수의 검사·심사 인력을 집중 투입해 신속 처리했다”고 했다.

금감원은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지난 18일 우리금융에 통보했으며, 금융위원회엔 조만간 보고할 계획이라고 했다.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후 자회사 편입에 대한 최종 승인 권한은 금융위에 있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에으로부터 내부통제 개선계획 등 추가 자료를 제출받아 심사하고 있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심사 의견을 금융위에 보고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