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우리금융지주(316140)의 동양·ABL생명 인수 인가 여부가 이르면 5월 중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3등급으로 낮추기로 했지만, 금융권에선 경영 건전성 개선 등을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 가능성이 제기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감원이 전달한 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반영해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2등급에서 3등급으로 강등하고 이를 금융위에 전달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은 지난 1월 15일 금융 당국에 동양·ABL생명에 대한 자회사 편입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금융 당국은 인가 여부를 2개월 내에 결정해야 하지만, 심사 서류 검토와 금감원 경영실태평가 등급 통보 시점 등을 고려해 심사 기간을 연장할 계획이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제출 서류를 검토하고 추가 서류를 요구할 수도 있고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전달받은 시점도 중요하다”며 “신청서를 제출받은 지 2개월 안에 꼭 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금융권은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승인 여부가 이르면 5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승인은 금융위 내부 안건 소위원회를 거쳐 정례회의에서 최종 결정된다.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하향 조정됐지만,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현행 금융위 규정에 따르면 금융지주는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2등급 이상으로 유지해야 다른 금융사를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다. 다만 법적으로 금융위의 재량으로 3등급을 받은 금융지주사도 자회사 편입을 승인할 수 있다.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M&A가 불발되면 금융사 중에 이들 보험사를 인수할 곳들이 많지 않다. 최근 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금융지주사들이 M&A에 보수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손해보험, KDB생명, MG손해보험 등 보험사 매물이 시장에 쌓이고 있지만, 지난해 성사된 M&A는 한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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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이 인수를 허가하지 않을 경우 우리금융이 중국 다자보험에 낸 1550억원 가량의 계약금이 몰취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의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과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금융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계약금을 몰취하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매각을 승인했는데, 한국 금융 당국이 인수를 불허하면 1550억원이 중국에 넘어가는 ‘국부 유출’ 논란이 일 수도 있다”고 했다.

금융권에선 금융 당국이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를 승인하면서 자본 건전성 개선과 내부통제 강화 등의 조건을 내걸 가능성이 거론된다. 우리금융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2.08%로 금융 당국의 권고치 12%를 턱걸이했다. KB·신한·하나 등 다른 금융지주사는 이 비율을 13% 이상 유지하고 있다. 금융 당국이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을 일정 기간 내 다른 금융지주와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 이번 경영실태평가 등급 하락이 전임 회장 친인척 부당 대출에서 비롯된 만큼 금융 당국이 대출 업무 개선과 내규 개정 등도 조건으로 내걸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