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가계대출 금리를 내리고 있지만, 서울 아파트 집단대출 금리는 지난해 하반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집단대출 금리를 내릴 경우 수요가 몰려 가계대출 잔액이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올해부터 가계대출을 분기별, 월별, 주 단위로 관리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입주가 시작되는 서울 장위동 자이 레디언트의 경우 국민·우리은행이 잔금대출 가산금리를 1.3%포인트로 확정했다. 잔금대출 금리는 ‘금융채 5년 기준금리’에 가산금리가 더해진 값으로 정해진다. 이 아파트 잔금대출 금리는 연 4.25% 수준이다.
기업은행은 가산금리를 1.2%포인트로 타 은행 대비 0.1%포인트 낮게 책정했다. 다만 대출 한도가 감정가의 최대 70%로 타행(80%) 대비 10% 낮다.
서울 자양동의 ‘롯데캐슬 이스트폴(1063가구)’도 이달 입주가 시작되는데, 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이 모두 가산금리를 1.3%포인트로 책정했다. 이 아파트 잔금대출 금리도 자이 레디언트와 비슷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신한은행만 가산금리를 1.2%포인트로 채택했지만, 대신 신용카드·체크카드 발급이나 자동이체 등 우대금리를 조건이 있다.
집단대출 가산금리 1.3%포인트는 지난해 4분기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높다. 지난해 잔금대출 한도 부족으로 대란 우려가 있었던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도 초반 가산금리가 1.5%포인트였으나 이후 1.3%포인트까지 내렸다. 지난해 8월 분양한 서초 디에이치방배의 중도금 대출은 가산금리를 1.00%로 책정했다.
최근 일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 하단이 연 3%대 중후반까지 떨어졌다. 보통 서울 아파트 집단대출의 경우 부실 가능성이 낮아 금리를 낮게 책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집단대출 금리가 일반 주담대 금리 대비 최대 1%포인트까지 벌어진 것이다.
시중은행이 집단대출 금리를 더 인하하긴 힘들 거란 분석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금융 당국은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와중에도 총량 관리를 주문하고 있어 은행들이 집단대출을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것도 올림픽파크포레온과 이문동 래미안 라그란데 등 서울의 대단지 입주가 시작되면서 잔금대출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대출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특정 은행만 집단대출 금리를 내릴 경우 이 은행으로 대출이 쏠려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현재 금리 하향세가 순차적으로 집단대출에도 반영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