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저축은행 두 곳에 적기시정조치를 내린 지 3개월 만에 자산 순위 10위인 상상인저축은행에도 ‘경영개선권고’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실 징후를 보이는 금융회사에 즉각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적기시정조치인데, 이중 경영개선권고는 자본금 증액, 부실자산 처분 등을 권하는 가장 낮은 단계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19일 정례 회의를 열고 저축은행 4곳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안건을 상정·의결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경영실태평가 결과 자산건전성 등급에서 최하 등급인 4등급(취약)을 받은 저축은행 4곳을 금융위에 전달했다. 이 명단엔 자산 규모 7위 페퍼저축은행과 10위의 상상인저축은행 등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저축은행업 감독 규정에 따르면 경영실태평가 종합평가등급이 3등급이거나 자산건전성 또는 자본적정성 평가등급이 4등급 이하면 금융 당국의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된다. 적기시정조치는 경영개선권고, 경영개선요구, 경영개선명령 순으로 강도가 높아지는데, 영업 정지·임원 직무정지 등은 경영개선명령에 해당한다.
금융위는 상상인저축은행에 경영개선권고를 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상상인저축은행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연체율은 15.06%로 업계 평균인 8.7%를 크게 웃돈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22.27%로, 마찬가지로 업계 평균(11.2%)보다 높다. 경기도에 기반을 둔 상상인저축은행의 총자산은 2조7577억원으로 업계 10위다. 자산 순위 7위 페퍼저축은행도 경영개선권고가 유력했으나 올해 들어 3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본금을 확충, 당국의 사정권에서 비켜났다. 나머지 2개사도 조치 유예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 추가로 저축은행 2~3곳이 적기시정조치 대상으로 오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말 건전성 지표를 기준으로 여타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실태평가를 진행 중이다. 금융 당국의 부실 정리 수술대에 오르는 저축은행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업계는 금융위의 조치가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위가 지난해 12월 안국·라온저축은행에 경영개선권고를 내렸을 땐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이번엔 서울 등 수도권에서 주로 영업을 하는 대형 저축은행이 대상이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저축은행 수신 동향 모니터링 과정에서 특이 사항이 포착되는지 등을 면밀히 살필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안국·라온저축은행 경영개선권고 땐 수신 이탈 조짐이 없었다”며 “금감원, 예금보험공사와 함께 일별 저축은행 수신 동향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금융 소비자들이 금융회사가 파산해도 1인당 5000만원까지 예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또 2011~2012년 저축은행사태 때와 달리 영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금융 소비자들이 동요하거나 불안해할 여지가 적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