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에서 크로스파이낸스 투자자들이 집회를 열고 상환 지연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김태호 기자

720억원대 미정산 사태가 발생했던 온라인투자연계금융(온투업·옛 P2P금융)업체 크로스파이낸스가 최근 투자자들에게 극히 적은 부분의 상환을 진행하면서 피해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앞서 크로스파이낸스는 중소상공인에 특화한 금융서비스를 내세워 매출채권을 담보로 한 ‘카드매출 선정산 투자 상품’을 판매했다. 그런데 이 돈을 상환해야 할 PG사인 루멘페이먼츠가 대금을 제때 갚지 못해 문제가 발생했다. 선정산 대출은 카드 결제 등으로 제품을 판매한 투자자가 정산 대금을 받기 전에 대출을 받고, 해당 정산금을 대출기관이 PG사로부터 나중에 받는 구조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크로스파이낸스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원금부분상환을 시작했다. 크로스파이낸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채권추심을 통해 법인 명의의 계좌를 가압류해 일부 금액을 회수했고, 각각 선정산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비율대로 분배했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에게 분배된 금액은 극히 적었다. 차입자 2명으로부터 압류한 총금액은 고작 약 850만원. 각 차입자가 상환해야 하는 돈의 0.06%, 0.2%에 불과하다. 크로스파이낸스는 이를 상품별 투자자들에게 지급했다. 투자자들은 투자비율대로 금액을 분배받았는데, 몇천원부터 적게는 몇백원 수준의 투자금을 돌려받게 됐다.

투자자들은 크로스파이낸스 측이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명 ‘보여주기’식 환급 중인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미정산 사태가 발생한 지 반년이 넘었지만 추심은커녕 관련 진행 상황도 투자자들이 알기 어려웠다. 특히 선정산업체와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가 사실상 동일법인인 점이 밝혀지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소송을 예고하기도 했다. 사태 발생 이후 조사에서 PG사 루멘페이먼츠와 선정산업체 약 11곳의 대표가 동일인물로 드러났는데, 동일법인에 집중 대출을 일으켜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온투업체 크로스파이낸스 서비스 이미지. /크로스파이낸스 제공

미정산 사태 발생 이후 검찰 조사에서 김인환 루멘페이먼츠 대표 등은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허위 매출채권을 만든 뒤 선정산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자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크로스파이낸스에서 편취한 금액은 720억원대에 달한다. 크로스파이낸스는 지난해 12월 회생절차를 개시하고 이달 말 회생 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투자 피해자들은 상환불능을 촉발한 김 대표에 대해 수사촉구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김 대표가 횡령 및 유용한 자금 약 1000억원 중 소비 내역이 확인되지 않고 행방이 묘연한 수백억원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김 대표의 은닉 자산을 검찰이 찾아내 몰수하면 몇백억원대에 달하는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