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 있는 츠타야 다이칸야마점 / 사진 츠타야 서점

현대카드가 지난해 신한카드를 제치고 사상 최초로 국내 신용판매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24년 현대카드의 연간 신용판매액은 총 166조2688억원으로 업계 1위였다. 신용판매액은 국내외에서 신용카드로 승인된 모든 금액을 합산한 수치로, 카드사의 핵심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현대카드가 연간 신용판매액 1위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원 수가 전년 대비 51만여 명 증가한 1224만6000명을 돌파하면서, 개인 회원의 신용판매가 크게 증가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특히 현대카드의 강한 해외 신용판매 증가세가 한몫했다. 2024년 현대카드 개인 회원의 해외 결제액은 전년 대비 약 29.3% 늘어난 3조525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분야 점유율 2위 카드사의 해외 결제액 증가율이 1.5%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성장세다. 사실 현대카드는 해외 신용판매 분야에서 2023년 5월부터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2022년 12월 18.7%였던 해외 신용판매 점유율은 2025년 1월 25.1%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점유율을 경신하기도 했다.

해외 신용판매에서 현대카드가 이렇게 압도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국내외 협력을 통해 세계 최고의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 경쟁력, ‘경험’으로 차별화한 해외여행 서비스, 국내 최초 애플페이 도입을 통한 EMV(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 결제 접근성 확대 등을 그 원인으로 꼽는다.

현대카드 아멕스 '센츄리온' 디자인 카드 / 사진 현대카드

성공 비결 1

아멕스·대한항공 파트너십으로 확보한 상품 경쟁력

볼링에서 스트라이크를 치려면 10개 핀 중에서 세 번째 줄 정중앙에 있는 5번 핀을 맞춰야 한다. 그래서 5번 핀을 ‘킹핀(King pin)’ 이라고 부른다. 경영에서도 핵심인 킹핀을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카드는 글로벌 프리미엄 카드의 대명사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이하 아멕스) 및 대한항공과 파트너십을 통해 프리미엄 상품 경쟁력을 확보해, 해외 신용판매 구매액이 높은 킹핀 고객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카드는 2023년 5월, 아멕스 ‘센츄리온’ 디자인 카드에 대한 국내 단독 파트너가 되어 막강한 프리미엄 카드 라인업을 더욱 강화하게 됐다. 센츄리온 디자인 카드는 플레이트 중앙부에 아멕스의 상징인 센츄리온(Centurion∙로마군 지휘관)이 새겨져 있는 아멕스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신용카드 라인업이다. 이를 통해 현대카드 회원의 프리미엄에 대한 경험이 글로벌로 한층 확장됐고, 그 결과 ‘현대 아멕스 카드’의 해외 취급 비중이 현대카드의 해외 취급 비중 대비 네 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카드의 대표적인 PLCC(Private Label Credit Card·상업자 표시 신용카드)인 ‘대한항공카드’ 역시 현대카드의 해외 신용판매 증가를 이끄는 핵심 축이다. 2020년 출시된 대한항공카드는 국내 최초 항공사 전용 신용카드다. 강력한 마일리지 혜택을 필두로, 대한항공을 주로 이용하는 고객에게 최적화한 여행 특화 혜택을 준다.

현대카드는 마일리지 적립, 항공권 할인, 라운지 및 발레파킹 혜택을 더욱 강화한 ‘대한항공카드 에디션(Edition)2’를 2024년 선보이며, 대한항공과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4년 현대카드 대한항공카드 해외 취급액은 전년 대비 62%, 2022년 대비 297% 증가하는 등,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대한항공카드 에디션2는 국내외 모든 가맹점에서 적립 한도 없이 1000원당 1마일리지를 적립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더불어 대한항공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센터, 국내 지점에서 직판 항공권을 구입하면 상품별로 1000원당 2~5마일리지를 적립해 준다. 해외 가맹점에서 결제할 때도 1000원당 2~3마일리지를 쌓을 수 있다. 해외 가맹점에서 1000원당 3마일리지를 쌓아 주는 카드는 대한항공카드가 유일하다. 여기에 여행 카드의 필수 서비스인 라운지·발레파킹 혜택도 기존보다 강화했다. 대한항공카드 에디션2는 ‘대한항공카드 060’과 ‘대한항공카드 120’, 프리미엄 카드인 ‘대한항공카드 300’ ‘대한항공카드 더 퍼스트 에디션(the First Edition)2’로 구성돼 있다. 대한한공카드 120은 인천국제공항 라운지(연 2회), 대한항공카드 300은 전 세계 공항 라운지(연 10회)를 무료로 이용하는 혜택을 준다. 특히 대한항공카드 더 퍼스트 에디션2를 쓰면 전 세계 공항 라운지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대한항공카드 120부터는 인천국제공항과 국내 주요 특급 호텔 발레파킹 혜택도 누릴 수 있다.이와 함께 국내 프리미엄 카드 시장에서 포지셔닝이 강력한 현대카드의 프리미엄 카드 경쟁력도 해외 신용판매 성과에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2005년 국내 최초 VVIP 카드 ‘더 블랙(the Black)’을 출시한 이후 국내 프리미엄 카드 시장을 이끌고 있다. 현대카드의 프리미엄 카드 회원 수는 2024년에 전년 대비 33% 증가했는데, 이는 전체 회원 증가율의 여덟 배에 달한다. 현대카드 프리미엄 카드 해외 결제액 비중은 일반 카드의 두 배 수준이다.

현대카드 해외여행 컨시어지 서비스 '트래블 데스크' / 사진 현대카드

성공 비결 2

체험을 파는 차별화한 해외여행 서비스

애플, 디즈니, 레고, 스타벅스를 떠올리면 제품 및 서비스의 단순한 기능 이상의 독특한 체험이 연상된다. 디즈니랜드는 단순한 놀이공원이 아니라 스토리텔링과 감성적 체험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미국 경제학자 조지프 파인과 제임스 길모어는 ‘체험 경제’ 이론을 통해 소비자가 체험을 소비하는 것을 중시한다고 조언한다. 체험이야말로 경제적 가치의 핵심 요소이고, 기업이 차별화된 체험을 제공할수록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다.

현대카드만의 차별화된 해외여행 서비스는 회원의 해외 이용 경험을 풍부하게 바꾸고 있다. 현대카드가 지난해 6월 선보인 ‘일본 제휴 서비스’는 수수료 혜택에 집중한 경쟁사 해외여행 서비스와 달리 체험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측면에서 차별화된다. 미래형 서점으로 알려진 복합 문화 공간 ‘츠타야(TSUTAYA)’의 셰어 라운지 이용권, 수준 높은 기획전으로 도쿄 미술관을 대표하는 국립신미술관 및 국립서양미술관 관람권이 대표적이다. 차별화된 혜택은 열띤 호응을 얻어, 2024년 12월 이용 회원이 같은 해 7월에 비해 2.5배 증가했다. 현대카드는 엔데믹(en-demic·감염병 주기적 유행) 후 일본 여행이 급격히 늘어나자 이에 발 빠르게 대응해 ‘일본 제휴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2024년 일본을 여행한 현대카드 회원은 78만 명으로 2021년(8만 명) 대비 950% 증가했다.

일본 제휴 서비스는 현대카드 회원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츠타야에서는 도쿄 다이칸야마, 롯폰기, 시부야 등 세 개 지점에서 운영하는 공유 공간 셰어 라운지를 1시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가전제품과 잡화를 판매하는 대형 유통 업체 ‘빅카메라(Bic-Camera)’에서는 머무르는 호텔이나 공항으로 구매한 물건을 무료로 배달해준다. 관광 중 쇼핑을 하는 경우, 구매한 물건을 들고 다니는 불편을 덜어주는 서비스다. 원래는 개당 1600~2420엔(약 1만6000~2만4000원)을 부담해야 한다. 국립신미술관과 국립서양미술관에서는 특별 기획전 무료 관람권을 동반 1인(총 2매)까지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국립신미술관은 안도 다다오, 쿠사마 야요이, 이세이 미야케 등 수준 높은 작가의 기획전이 열리는 곳이고, 국립서양미술관은 고흐, 모네, 르누아르, 로댕의 진품으로 가득하다. 책으로 가득한 일본 대표 서점의 라운지에서 여유롭게 사색을 즐기고, 여행지에서 양손 가볍게 쇼핑하며, 미술이라는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는 서비스를 통해 여행 경험은 한층 더 특별해진다. 현대카드 프리미엄 회원은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현대카드 프리미엄 신용카드를 보유한 회원이 오사카 한큐백화점 우메다 본점이나 한큐멘즈(Men’s) 도쿄점에 방문하면, 최대 10% 할인과 우선 면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VIP 클럽 카드를 무료로 얻는다. 도쿄·오사카 지역의 한큐백화점 세 개 점포에서는 면세 환급 대기 시간을 줄여주는 우선 면세 서비스(면세 환급 패스트트랙)를 이용할 수 있다.

경험을 중시하는 현대카드의 해외여행 서비스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대카드는 현대미술관의 상징인 MoMA(뉴욕현대미술관)와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MoMA 방문 시 동반 2인까지 무료입장하는 혜택을 지난 20여 년간 제공하고 있다. 신용카드는 단순히 결제 수단이 아니라 ‘고객 경험의 반경을 넓히는 매개체’라는 현대카드의 오랜 철학이 해외여행 서비스를 고안할 때도 꾸준히 적용되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선보인 해외여행 컨시어지 서비스 ‘트래블 데스크’ 또한 회원의 여행 경험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카드 프리미엄 카드 회원은 트래블 데스크를 통해 항공편 예약, 호텔 추천, 현지 교통 예약까지 여행과 관련된 각종 상담·예약을 편리하게 제공받을 수 있다. 국가별로 다른 렌터카 보험과 차량 픽업 포인트 등을 고려해 회원의 여행 동선에 최적화된 차량을 찾아주고, 운행 중 차량이 고장 나면 업체에 연락해 신속한 후속 조치를 지원한다. 유로스타·TGV·리리아 등 국가별로 운영하는 철도 정보를 포함해 여행 지역의 다양한 교통편에 대한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최상위 카드 회원은 현지에서 발생하는 의료, 사고 등 긴급 상황에 대한 전문가의 맞춤형 지원도 받는다. 예상치 못한 긴급 의료 상황이나 분실·도난 및 사고가 발생하면 전문 지원 서비스를 24시간 연계받을 수 있다.

사진 셔터스톡

성공 비결 3

애플페이로 해외 결제 접근성 높여

클레이턴 크리스턴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가 제시한 ‘파괴적 혁신’은 기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이론으로 통한다. 선도 기업은 대체로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들이 무시했던 새로운 기술이 소비자에게 더 나은 편익을 제공해 시장 판도를 파괴적으로 뒤바꾼다는 것이다. 테슬라 전기차가 파괴적 혁신의 대표 사례다.

국내 결제 시장에서는 EMV 컨택리스(비접촉·contactless) 결제가 파괴적 혁신으로 손꼽히고 있다. 현대카드는 2017년 국내 카드사 최초로 EMV 컨택리스 신용카드를 발급하며 일찍이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 왔다. 현재 출시 중인 모든 현대카드는 EMV 컨택리스 결제를 지원한다.

유로페이·마스터·비자카드의 약자를 딴 EMV 컨택리스는 국제 NFC(근거리 무선통신) 결제 표준이다. 카드를 긁어 결제하는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 코드를 띄워 결제하는 QR과 달리 NFC 단말기에 갖다 대기만 해도 결제가 돼, 간편하고 빠르다. 거래 정보는 결제사에 비공개 코드로 제공되므로 보안성도 높다. EMV 컨택리스 결제는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큰 성장세를 보였는데, 이는 카드를 건네거나 접촉하지 않고 결제할 수 있어 위생적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EMV 컨택리스의 불모지였으나, 2023년 3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도입한 이후부터 성장 속도에 불이 붙었다.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도입을 통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NFC 단말기 보급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국내 신용카드 회원 또한 편리한 EMV 결제에 익숙해지게 됐다. 또 애플페이를 이용해 해외에서도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게 신용카드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아이폰으로 애플페이를 사용하는 현대카드 회원의 해외 EMV 컨택리스 결제 접근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져, 현대카드의 상품·서비스 경쟁력과 시너지를 내며 해외 결제액 증가를 이끌고 있다. 일찌감치 EMV 컨택리스를 도입하며 새로운 결제 시장의 판을 짜온 현대카드의 노력이 빛을 발한 셈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대카드는 국내, 해외의 한계를 두지 않고 세계 최고 수준의 상품, 서비스, 페이먼트 경험을 제공해 왔다”면서 “이러한 글로벌 관점의 비즈니스가 해외 신용판매 시장을 비롯해 다양한 방면에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