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의 경·공매 플랫폼에서 매각을 진행 중인 369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중 절반이 1회 이상 유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3회 이상 유찰된 매물도 57곳에 달해 PF 사업장 경·공매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이 PF 경·공매 플랫폼에 공개한 사업장은 369개, 6조3000억원 규모다. 금융 당국은 지난달 28일 174개 사업장(익스포저 기준 3조2000억원)을 추가로 공개했다. 지난 1월 195개 사업장(익스포저 기준 3조1000억원)을 공개한 데 이어 두 번째다.
공개된 사업장을 분석한 결과, 1차례 이상 유찰된 곳은 178곳에 달했다. 전체 경·공매 사업장의 48%에 달하는 규모다. 3회차 이상 유찰돼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는 사업장은 총 57곳이었다. 3회차 이상 유찰된 사업장 중 저축은행이 대주단의 대표 금융사(대리금융기관)인 사업장은 21곳이었다.
10회 이상 유찰된 악성 매물도 5곳에 달했다. 경기 용인시의 한 다세대주택 사업장은 13차례 유찰됐다. 이 사업장은 공사가 일부 진행됐음에도 매각이 성사되지 않고 있다. 총 12차례 경매를 진행한 경남 김해시 물류센터 사업장은 아직 착공을 하지 못했다. 이 사업장의 최저입찰가는 1112억원에서 423억원으로 내려갔다. 부산과 대전 등 대도시에서도 10차례 유찰된 사업장이 나왔다. 서울 논현동의 근린생활시설 사업장은 8회 유찰됐다.
아직 입찰 일정을 잡지 못한 사업장도 155곳으로 42%에 달했다. 155개 사업장 중 새마을금고가 대리금융기관인 사업장은 44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저축은행은 40개였다.
금융권에선 PF 사업장 경·공매가 더디게 진행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금융 당국의 전방위 압박에도 저축은행이 부실 자산 매각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저축은행업계는 가격을 대폭 낮춰 매각을 해도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매수자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장에 PF 매물이 쌓이면서 매수자들은 가격이 더 떨어지길 기다리고, 신규 매물은 매각 일정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며 “감정평가액의 절반 가까이 내려 손해를 감수하고 매각하는 사업장도 많은데 ‘매각에 소극적’이라는 것은 과도한 해석 같다”고 했다.
금융 당국은 PF 경·공매 플랫폼 구축 이후 매각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플랫폼이 공개되고 지난 2월 21일까지 한 달간 40여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80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이 중 지방소재 물류센터와 연립주택 등 2개 사업장은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서울 소재 빌딩과 지방소재 오피스텔 등 2개 사업장은 매수 의향서를 제공했고, 6~7개 사업장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가격 협상을 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플랫폼을 통해 이달 말까지 누적 7조4000억원의 부실 PF 사업장이 정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위원회는 매각이 지연되는 사업장에는 이달 현장검사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