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대부’라는 말을 들으면 고금리 사채업자를 떠올립니다. 이어 팔뚝에 문신을 새기고 화려한 셔츠를 입은 건달, 겨드랑이에 끼는 일수가방, 집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리며 돈을 받아내는 모습 등이 스쳐 지나갑니다. 영화나 드라마에도 이처럼 불량 사채업자들이 종종 등장합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사채업자도 주인공 기훈(이정재)에게 신체포기각서를 쓰라고 협박하며 폭행까지 일삼습니다.
오랜 시간 대부업계는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꿀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많은 금융 소비자가 등록 대부업체를 불법사채업자처럼 여기고 등을 돌렸기 때문입니다. 정부에서 인정받은 정식 등록 대부업과 불법사금융은 엄연히 다른 개념입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이 둘을 뚜렷하게 구분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고심 끝에 대부업계는 아예 ‘대부’라는 명칭을 바꾸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습니다. 대부라는 단어 대신 새로운 명칭을 쓰자는 것입니다.
현재 대부금융협회 차원에서 새로운 명칭 도입을 단계적으로 밟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우수대부업자에만 상호를 ‘생활금융’으로 바꿀 수 있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현행법상 대부업체는 상호에 ‘대부’를 포함해야 합니다. 우수대부업자는 저신용자 자금 공급에 기여한 업체들인데 금융 당국은 이를 선별해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박 의원의 개정안은 우수대부업자 간판 속 대부부터 지우고 업계 이미지를 차츰 탈바꿈하겠다는 취지에서 나왔습니다. 이 법안 역시 대부협회가 박 의원과 소통하며 몇 년간 공들인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명칭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대부협회는 당장 소비자 인식을 바꾸는 광고 캠페인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정성웅 대부협회장이 직접 나섰습니다. 오는 4월부터 정 회장의 목소리가 담긴 라디오 광고가 전파를 탈 예정입니다. 정 회장은 불법사금융 이용을 경고하고 정식 등록 대부업 이용을 권고하는 광고 캠페인에 참여합니다. 대부협회 회장이 업계 이미지 개선을 위해 라디오 광고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미 대부협회는 일반 성우를 기용한 라디오 광고를 이달부터 시작했습니다. 20초짜리 분량의 광고엔 등록 대부업은 불법사금융이 아닌 합법적 금융이라는 설명이 담겨 있습니다. 사채 피해는 금융감독원, 채무조정 도움은 대부협회를 찾으라는 안내도 포함돼 있습니다. 대부협회는 이러한 내용의 라디오 광고 3개를 전국에 송출하는 중입니다. 또한 올해 하반기 집행을 목표로 유튜브 및 방송 광고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모든 광고엔 등록 대부와 불법사금융을 구분하며 정식 대부업체는 제도권 금융사임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입니다.
대부협회는 대부라는 단어에 오랫동안 박힌 부정적인 인식을 씻어내야 업계 전체에 활기가 돌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대부협회 관계자는 “20년 넘게 법에서 등록 대부와 미등록 대부가 혼용되다 보니 정식 대부업체도 불법사금융처럼 인식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미지 개선 캠페인으로 대부업과 불법사금융 혼동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줄이고 서민금융은 더 활성화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