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가상자산 르네상스 열린다’를 주제로 한 조선비즈의 ‘2025 가상자산 콘퍼런스’가 뜨거운 열기를 남긴 채 막을 내렸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콘퍼런스인 이번 행사에는 정치권과 업계, 학계 등 각 분야에서 400여명의 참석자들이 모여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가상자산 시장이 겪을 변화와 제도의 방향성, 새로운 투자 기회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가 기조연설자로 나서 청중의 관심이 집중됐다. 김 대표는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을 대표하는 ‘셀럽(Celebrity·유명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정부는 물리적 세계를 통치하고, 블록체인은 디지털 세계를 지배한다’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김 대표는 “인공지능(AI)이 발전하고 디지털 세계가 확장될수록 서로 다른 이해 관계를 가진 정부, 기업, 기술의 거버넌스(governance·정책 체계)를 만드는 일은 필수적 과제가 될 수 밖에 없다”며 “블록체인이 아니면 과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세계의 확장이 마냥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소수의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들이 디지털 영토를 장악하고 있으며, AI 역시 특정 기업이나 자본의 필요에 의해 편향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디지털 세계에서 특정 자본의 독점을 막고,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블록체인이 활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록체인 업체 스크롤을 이끄는 라자 자이디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두 번째 기조연설을 맡았다. 그는 “스테이블코인(법정화폐와 가치가 연동된 가상자산)은 탈중앙화 금융과 전통 금융 간의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에서 규제가 완화되면 안정성과 활용성이 큰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진 오전 강연은 ‘가상자산 패권 경쟁과 정책’을 주제로 진행됐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일본 블록체인 업체 아발란체의 저스틴 김 아시아 총괄, 김동섭 한국은행 디지털화폐기획 팀장이 강연자로 나섰다.
‘트럼프 신(新)정부의 디지털 자산시장 정책과 시사점’에 대해 강연한 김갑래 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가상자산의 규제가 보다 명확해지고 시장의 예측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과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무리하게 증권 개념을 확장해 해석하고 가상자산 기업에 행정처분을 내렸다면 이제는 규제 양상이 명확한 입법 시도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스틴 김 총괄은 ‘블록체인, 금융의 본질을 재정의하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사모펀드(PEF)나 일반 기업들이 가입하는 토큰화된 머니마켓펀드(MMF)가 SEC의 승인 하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제도와 규제가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아 블록체인 산업 발전이 더딘 편”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섭 팀장은 한국은행이 추진 중인 디지털화폐(CBDC)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한은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CBDC의 활용성 테스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외연을 넓히기 위해 기관용 CBDC로 금융 인프라를 확대하고, 예금 토큰을 통해 일반인이 물건을 사는 등 할 수 있는 실거래 테스트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후 강연은 ‘변화하는 가상자산 시장의 상황과 투자’를 주제로 진행됐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크립토퀀트의 주기영 대표와 유튜브 채널 ‘알고란’의 고란 대표가 무대에 섰고, 리플의 아태지역 정책 총괄인 라흘 아드바니가 영상으로 강연을 했다.
주 대표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여전히 과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장에 유입된 돈을 근거로 ‘이 정도가 천장이다’라고 분석해 볼 수 있는데, 현재 자본의 총량으로 볼 때 비트코인의 천장 가격은 16만1000달러로 계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가격이 10만달러 수준임을 감안할 때 60% 넘게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주 대표는 “결론적으로 지금은 상승장의 한 가운데 시점으로 보인다”며 “아직 거래소에 개인 투자자들이 생각보다 적게 모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전문가로 구독자 10만명을 보유한 ‘알기 쉬운 경제뉴스 고란tv’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고란 대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더 많은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비트코인이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으로 동시에 분류되는 양면성이 있지만, 나중에는 진정한 ‘디지털 금(金)’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 대표는 다만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변동성이 커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며 “특히 알트코인 대장주이자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를 주도하는 이더리움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디파이 시장도 부진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