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갚기 어려워 채무조정을 신청한 금융 소비자가 지난해 20만명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내수경기 전망이 흐린 만큼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대출 상환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은행권은 신용대출 문턱을 높이는 방법으로 건전성 관리에 돌입했다.
16일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 채무조정 신청자는 19만5000명이다. 개인 채무조정 신청자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12만7000명에서 2022년 13만8000명, 2023년 18만5000명으로 늘어났다. 개인채무조정은 대출금을 갚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금융 소비자가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상환 기간 연장, 상환유예, 채무감면 등 상환조건을 바꾸는 제도다.
금융 당국은 개인 채무조정이 증가하는 배경으로 내수경기 부진을 꼽았다. 특히 자영업자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대출 연체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전체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70%다. 이는 2015년 3월 말(2.05%) 이후 9년 만에 최고 수치다.
금융 소비자들의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지자 은행은 건전성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은행들은 대출을 내주는 입구에서부터 심사를 강화해 우량 금융 소비자에게만 대출을 내주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경기 민감 업종 개인사업자의 대출 가산금리를 더 높이거나 신용등급을 낮추는 방식으로 디마케팅(고객의 수요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마케팅)을 벌여 취약 금융 소비자를 배제하곤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 모든 고객에게 다 대출을 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라며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상환 능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고객에 대해선 의도적으로 다른 금융사를 찾게 불리한 조건을 붙이곤 한다”고 귀띔했다.
급전 대출로 불리는 마이너스통장 개설 문턱도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11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새로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받은 금융 소비자의 평균 신용점수는 952.8점이다. 지난해 동기(945.6점)와 비교하면 7.2점 상승했다.
은행들은 대출 문턱을 높이는 이유로 사후 관리의 어려움을 꼽았다. 대출이 집행된 후 금융 소비자의 상환 능력이 나빠졌을 때 부랴부랴 관리에 나서는 것보다 사전에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게 건전성 관리에 쉽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 회생 절차를 밟기 시작한 이후엔 은행이 조치를 취해 대출금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며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개인에게 대출을 내주기 전 신용평가를 더욱 깐깐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