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브리핑 보험영업’이 활개를 치고 있다. 브리핑 영업은 회사 내 성희롱 예방교육 등 법정 의무교육 시간에 보험 설계사가 참여해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연예인을 동원해 기부금 모집을 가장한 행사를 마련하고, 행사에 참여한 사람을 상대로 순수보장성 상품인 종신보험을 마치 목돈 만들기를 위한 저축성 보험으로 둔갑해 판매하는 데까지 발전했다. 지난해 마련된 브리핑 영업에 대한 내부통제기준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법인보험대리점(GA) 중 브리핑 영업을 전문으로 하는 ‘브리핑GA’가 최근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종식으로 대면 영업이 다시 가능해지자 사라졌던 브리핑GA가 우후죽순 생겨난 것이다.
브리핑GA는 영업을 위해 소아암협회나 지체장애인협회 등 영세한 비영리 단체 등과 업무협약을 맺는다. 돈을 줄 테니 단체 이름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후 브리핑GA가 섭외한 연예인은 기업·병원·관공서·학교·복지관 등을 찾아가 비영리 단체와 함께 기부금 모금 행사를 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직원을 대상으로 1시간 안팎의 교육 시간을 마련해주면 교육에 참여한 직원 1인당 1만원을 비영리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제안한다.
기업·병원 등은 뜻깊은 기부에 동참할 수 있다는 말에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교육자는 비영리 단체가 아닌 브리핑GA 소속 보험 설계사들이다. 교육은 온데간데없고 재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게 교육의 전부다. 비영리 단체는 이름을 빌려준 대가로 약속한 돈을 받고, 바람잡이 역할을 한 연예인은 100만원 이상의 수당을 받는다. 브리핑 영업에 동원된 연예인들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인지도가 낮아져 방송 출연이 힘든 사람이 대부분이다.
브리핑GA가 판매하는 상품은 단기납 종신보험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5~7년 동안 보험료를 내고, 가입한 지 10년째에 계약을 해지하면 낸 보험료의 120~130%를 돌려주는 상품이다. 과거에는 저축보험이나 연금보험을 판매했는데,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 시 더 많은 수수료를 받다 보니 단기납 종신보험에 집중하는 것이다.
브리핑 영업은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크다. 많게는 수십 명을 모아 놓고 짧은 시간 안에 가입을 받아내야 하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되고, 수익률이 얼마인지 등만 강조된다. 엄연한 순수보장성 상품인 단기납 종신보험이 저축성 보험처럼 판매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브리핑GA들은 사회초년생이나 병원 간호사, 유치원·어린이집 교사 등 금융 지식이 부족한 젊은 여성을 공략하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신한라이프와 KB라이프, KDB생명 등 많은 보험사가 브리핑 영업을 했다. 하지만 불완전 판매로 인해 민원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일자 영업을 중단했다. 최근에는 동양생명만 유일하게 브리핑 영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동양생명의 종신보험 판매 규모가 다른 보험사보다 월등히 높은 것도 브리핑 영업 덕분이라고 보고 있다.
브리핑 영업에 대한 내부통제기준도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통제기준에는 ‘브리핑 영업 다음 날부터 청약을 진행해야 한다’ 등 불완전 판매를 예방하기 위한 내용이 담겼지만, 이를 지키는 설계사는 없다는 게 보험업계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브리핑 영업 경험이 있는 한 관계자는 “브리핑 영업으로 단기납 종신보험을 판매한다면 이자가 얼마나 붙는지 등 장점만 설명한다”라며 “브리핑GA들은 하루에도 2~3개씩 영업 일정이 있기 때문에 ‘당일 영업 당일 계약’을 금지한 내부통제기준을 준수하지 않는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