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가구’가 늘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 확산하며 반려동물 양육 문화도 책임감이 강화한 성숙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KB금융그룹의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가구는 2022년 말 기준 약 552만 가구로 2020년 말 536만 가구 대비 약 2.8% 증가했다. 이는 전체 가구의 25.7%를 차지하며 반려인은 1262만 명을 기록했다. 지역별 반려가구 현황을 보면, 서울 110만 가구, 경기 129만 가구, 인천 33만 가구로 반려가구 절반 정도가 수도권에 거주했다. 반려가구 중 개를 기르는 가구가 71.4%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고양이를 기르는 가구가 27.1%였다.
반려동물을 처음 맞이하는 경로를 묻는 질문에 ‘친구나 지인을 통해서’라고 응답한 경우가 33.6%로 가장 많았다. 특히 20~30대에서는 ‘동물보호센터를 통해서 맞이했다’와 ‘유기동물을 직접 구조했다’라고 답변한 비중이 증가했다. 반려동물을 맞이하기로 결정하는데 ‘1개월 이상’ 생각했다는 응답 비중은 전체 반려가구의 34.5%였다. 1개월 이상이 소요된 이유에는 ‘책임지고 잘 키울 수 있는지 고민’했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61.0%로 가장 높았다.
또 반려가구 중 67.3%는 반려동물을 기르면서 ‘만족한다’고 생각하였으나 타인에게 반려동물 양육을 ‘추천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오히려 감소(2021년 46.5%→2023년 41.9%)했다. 여기에는 반려가구가 가족의 일원인 반려동물을 양육하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또 반려동물 입양 준비가 ‘충분했다’라고 생각한 경우는 28.4%에 불과했다. 반려동물 입양 준비를 돕는 방법으로 ‘반려인 자격시험의 국내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49.2%에 이르렀다.
반려동물 양육과 관련하여 반려가구의 가장 큰 관심사는 ‘반려동물 건강 관리’(55.0%)였으며, 반려동물 식사나 거주환경 등 ‘반려동물 양육’(38.8%)과 ‘반려동물 외출’(27.0%)이 그 뒤를 이었다. 반려동물 건강 관리와 관련해서는 ‘건강검진 등 건강관리 방법’(68.6%)과 ‘질병 진단 후 케어 방법’(55.7%)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다.
또 지난 2년간 반려동물을 위해 치료비(사고나 상해, 질병으로 인한 치료비와 약값의 합계)를 지출한 경험이 있는 반려가구는 전체의 73.4%였다. 이들은 2년간 평균 78만7000원을 지출했다. 그중 정기검진이나 X-Ray, CT, MRI 등 장비를 사용한 ‘정기·장비검진’에 대한 지출이 가장 많았다.
반려동물의 양육비, 치료비 등 생애비용 지출은 늘어나는 추세나 이에 대한 준비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려동물 양육을 위해 별도로 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경우는 전체의 21.5%에 불과했다. 또 반려가구의 89%가 반려동물보험에 대해 알고 있었으나 실제로 가입한 반려가구는 11.9% 수준이었다. 반려동물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주된 이유로는 ‘월보험료가 부담된다’(48.4%), ‘보장범위가 좁다’(44.2%) 는 점을 꼽았다.
이와 더불어 현재는 수의사법에 따라 국내에서는 불가능하지만, 반려동물의 건강관리를 위해 온라인상에서 수의사와 원격으로 진료를 보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반려가구가 많았다. 수의사와의 1대 1 채팅을 통해 상담할 수 있는 ‘원격의료상담’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반려가구는 전체의 41.5%, 나아가 약 처방까지 받을 수 있는 ‘원격진단’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반려가구는 전체의 44.1%를 차지했다.
마지막으로 반려동물의 장례와 관련해서 과거에는 키우던 반려동물이 죽음을 맞이하면 ‘직접 땅에 매장’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으나(팻로스를 경험한 가구 중 58.7%) 이번 조사 결과 ‘반려가구’의 상당수(64.5%)는 화장 후 수목장, 메모리얼스톤, 봉안당 안치 등 화장 후 장묘시설 이용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