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손해보험사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이 1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37.5%가 지방 사업장에 몰려있어 ‘미분양 리스크’에 따른 손보사 PF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금융시장의 최대 리스크로 부동산 PF 부실이 꼽히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손보업권의 부동산 PF 대출 투자 잔액은 19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5.1% 증가한 금액이다. 손보사 부동산 PF 대출 투자 잔액은 2019년 10조3000억원에서 2020년 13조2000억원, 2021년 16조6000억원, 2022년 9월 말 19조1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부동산 PF는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에 투입되는 돈을 여러 금융회사가 연합해 조달하는 기법이다. 손보사의 부동산 PF는 대부분 시공사 책임준공과 선순위 수익권을 담보로 확보하고 있어 부실 위험이 다른 금융권보다 낮은 편이다. 문제는 손보사들이 최근 3년간 부동산 PF를 9조원가량 늘리면서 사업 초기 단계의 지방 사업장 위주로 대출을 집행했다는 점이다. 손보사 부동산 PF의 37.5%가 지방 사업장이다.

대출 규모도 다른 금융권에 비해 많은 편이다. 같은 기간 보험업권 전체 부동산 PF 잔액은 44조1000억원(35.2%)에 달한다. 이어 은행 34조1000억원(27.2%), 여신전문금융회사 27조1000억원(21.6%), 저축은행 10조7000억원(8.5%), 상호금융 4조8000억원(3.8%), 증권 4조5000억원(3.6%) 순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지방이 먼저 타격을 입기 때문에 손보사의 지방 사업장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제기된다. 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 7만5359가구 중 지방 물량이 6만3102가구로 전체의 83.7%를 차지했다. 예보가 부동산 PF 사업장 중 분양 후 1년이 지났으나 분양률이 60%에 미달하는 사업장 비중을 분석한 결과 손보사가 51.6%(지난해 6월 말 기준)로 가장 많았다.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특별분양 플랜카드를 내건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서승원 예보 손해보험분석팀장은 “PF 대출의 37.5%가 사업장이 지방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방사업장 분양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함에 따라 부동산 PF대출 관련 신용위험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손보사의 지방사업장 부동산 PF가 급증한 것은 다른 비은행권 금융사와 달리 PF 대출 한도 규제가 없어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관련 투자를 대폭 늘린 것이다.

손보사 부동산 PF가 부실화할 경우 금융시스템 전체에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는 규제 합리화와 효과적인 부동산 PF 금융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반복해서 재발하는 위험의 사전 차단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