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함께 가상화폐 대장격으로 알려진 이더리움(ETH)이 한 달만에 40% 가까이 폭락하는 등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이더리움 기반 파생상품이 폰지성(돌려막기) 성격이 드러나며 흔들리자, 이더리움 가치도 덩달아 영향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이더리움 발 코인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14일 코인마켓캡 등에 따르면 이더리움 시세는 이날 오전 8시 23분 기준 전날보다 17.86% 하락한 1197.66달러에 거래됐다. 이더리움 가격은 한 달 전 약 2000달러 선에서 거래됐으나,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현재는 1200달러 언저리까지 급락했다. 불과 한 달 만에 절반 가까이 가치가 날아간 셈이다.
이더리움 기반 파생상품이 그 허점을 드러내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은 것이 이더리움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최근 이더리움은 채굴 코인에서 비채굴코인으로 업그레이드를 준비 중이다. 업그레이드 후에 이더리움 보유자들이 블록체인 검증에 참여하면, 보유자들은 이더리움을 추가로 보상받게 된다. 참여에는 최소 32이더리움(약 5000만원)이 필요하다.
개인 투자자들이 참여하기란 다소 부담스러운 액수이기에, 이러한 점을 활용한 상품도 등장했다. 라이도(Lido)는 이더리움 블록체인 검증 참여는 원하지만 돈이 부족한 이들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들고 나왔다.
이 서비스는 개인들의 이더리움을 모아서 대신 블록체인 검증에 참여해 주고 이후 그 수익을 배분해 준다. 다만 이더리움 업그레이드가 끝날 때까지 참여자들은 맡긴 이더리움을 찾을 수 없기에 라이도는 stETH라는 일종의 징표를 나눠줬다.
그러자 이번에는 stETH를 이용한 서비스도 등장했다. 코인 담보 대출 서비스 업체 셀시우스는 stETH를 맡기면 해당 stETH의 70% 정도의 이더리움을 대출해 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러자 몇몇 투자자들은 이자율을 높이기 위해 셀시우스에게서 받은 이더리움을 다시 라이도에 맡기고, 또 라이도에서 받은 stETH를 셀시우스에 맡겼다. 이런 방식으로 만일 100 이더리움을 투자하면 최대 3배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투자 방법이 인기를 끌면서 나타났다. 셀시우스는 stETH 서비스를 출시하기 이전부터 이더리움을 담보로 다른 코인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그런데 최근 셀시우스가 stETH를 담보로 이더리움을 대출해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기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자신이 맡겼던 이더리움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했다. 셀시우스가 담보로 가지고 있던 이더리움이 stETH를 맡긴 신규 고객에게로 빠져나가게 되면, 보유 이더리움의 절대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내 이러한 걱정은 뱅크런(대규모 인출)으로 이어졌다. 최근 코인 가치 폭락과 맞물려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기존 이용자들은 이더리움을 대규모로 인출해 가기 시작했다. 버틸 수 없었던 셀시우스는 결국 이날 인출 중단을 선언했다.
셀시우스가 여러 ‘탈중앙 금융(DeFi·디파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 여파는 가상자산 시장 전체로 번질 수도 있다. 셀시우스는 코인 담보 대출 등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데, 만일 이더리움 지급에 차질이 생기면 다른 프로젝트에 투자한 코인 및 현금을 빼올 수 있다. 이는 결국 전체 코인 시장 유동성 및 시세 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가상자산 분석 전문 업체 쟁글 관계자는 “지금 상황을 바라보면 stETH 유동성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며 “이럴 경우 stETH를 이더리움으로 바꿀 수 없게 되고, 이는 곧 고객 예치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상황이 심각해지면 프로토콜의 파산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외에 몇몇 전문가들은 ‘라이도-셀시우스’와 비슷한 레버리지 구조를 활용한 상품을 지닌 다른 코인들도 무너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김동환 블리츠랩스 이사는 “이번 폭락으로 인해 이더리움 플랫폼을 이용한 가상자산 전체가 망하진 않겠지만 비슷한 레버리지 구조를 지닌 상품은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대출할 때 담보를 많이 잡는 ‘과담보 대출’이나 스테이블 코인을 낀 상품 등은 이번 사태로 악영항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혜 쟁글 분석 팀장은 “이더리움 가격 하락으로 일부 탈중앙 금융 프로토콜의 파산 리스크가 부각돼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전반적인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두고 있는 코인 및 프로젝트의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