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기존 금융사와 핀테크사뿐만 간편결제사업자들까지 경쟁에 참여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신경전이 한창이다. 경쟁이 심화하자, 어떤 계층을 겨냥해 어떤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것인지를 구상하는 콘셉트가 마이데이터 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마이데이터 1차 허가 취득사 중 ‘결제’ 기능에 주력하는 핀테크사는 NHN의 자회사인 NHN페이코가 유일하다.
마이데이터 사업이란 여러 금융회사 등에 흩어진 개인 신용 정보를 한곳에 모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특정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한 업체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데이터만을 활용할 수 있었다면, 마이데이터 시대에서는 모든 금융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풀(pool)이 넓어지고 획일화된 대신, 어느 때보다 차별점이 중요해졌다.
페이코 마이데이터 사업을 총괄하는 오보명 이사는 “차기 버전 콘셉트는 2030을 위한 쉽고 가벼운 금융 서비스”라고 요약했다. 지난 6년간 페이코가 구글 플레이·애플 앱스토어 등에서 쌓은 결제 관련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워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구상이다.
다음은 오 이사와의 일문일답.
페이코의 마이데이터 사업 콘셉트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2030을 위한 쉽고 가벼운 금융'이다. 페이코는 처음부터 간편 결제 서비스를 주력으로 삼아왔는데, 쉽게 말하면 ‘내 핸드폰으로 하는 모바일 결제’가 주로 이 플랫폼에서 이뤄진다.
페이코 사용자 75%가 2030 세대다. 우리가 집중하는 계층은 그중에서도 20대에서 30대 초반까지다. 이들에게 ‘놀이’ 같이 가볍고 쉬운 금융 서비스 제공하는 것을 콘셉트로 잡았다.”
페이코가 타깃으로 하는 2030계층의 특징이 있나.
“이들은 전통 금융기관에서의 금융 이력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돈이 없지는 않다.
게임 앱(애플리케이션)을 구매하거나 넷플릭스 등 구독 상품에도 돈을 쓰며 패션에도 관심이 많다. 자기가 좋아하는 문화를 즐길 줄 아는 세대다. 다만 아직 사회 진출을 하지 않았거나, 사회 초년생이어서 금융 이력이 부족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젊은 세대 공략은 핀테크 입장에서 당연해 보인다. 페이코만의 강점이 있나.
“타 핀테크 업체보다는 결제를 일찍부터 시작했다는 점이 강점이다. 페이코 서비스는 2015년 8월에 시작해 업력이 만 6년이 다 돼간다. 특히 애플과 구글 양대 모바일 결제 시장에 모두 입점해 있는 곳은 페이코와 카카오페이밖에 없다.
결제 분야에서 쌓인 우리의 업력과 노하우를 마이데이터에 접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게임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 패턴을 예측해 관련 서비스도 제공하려고 한다.”
새로 선보이게 될 서비스 하나를 예시로 들어 달라.
“2030 유저층을 계속 조사하는 과정에서 내린 결론이 있다면, 이들에게 ‘내 집 마련’ ‘1억 만들기’ 같은 거창한 목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당장 3개월 뒤 내 친구와 갈 여행, 내년에 할 취미를 위한 자금 마련 등이 더 중요하다.
2030에게 금융은 자산으로 누적하기 위함이 아니다. ‘소비를 위한 금융 행위를 한다’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버킷 리스트’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도 이 때문이다. 소소하더라도 특정 목적을 위해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 그들이 접근하기 쉬운 금융상품을 안내하고 제안하는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우리는 이를 일종의 놀이라고 해석했다.”
8월부터 새 서비스 출시와 관련한 타임라인이 궁금하다.
“8월이 되면 가장 먼저 금융 마켓(금융상품 추천 서비스) 라인업이 활성화될 예정이다. 지금도 비슷한 서비스를 운영하고는 있지만, 입출금 계좌나 적금·카드·투자 상품 등을 단순히 나열해서 보여주는 것에서 나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다양한 상품 중에서도 2030에 알맞은 상품 라인업을 재정비할 거다. 여기에 개인의 특성에 맞게 특화한 상품이 추천될 것이다.
금융 행위와 관련해 적재적소에 푸쉬 알림을 띄우는 ‘금융 버디’라는 서비스도 선보인다.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자신의 금융 상태를 조회만 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해석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중대 금융 이력 변화가 발생하면 ‘결제 일정을 체크해 보세요’ ‘지출이 많았네요’ 등의 알람을 줄 수 있도록 구현할 것이다.”
8월 이후에도 목표로 하는 서비스가 더 있나.
“그렇다. 우리 같은 전자금융업자는 30만원 한도의 후불 결제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씬파일러’(thinfiler·금융 이력 부족자)가 대부분인 2030을 위해 ‘페이코 크레딧’이란 자체 신용평가 모형을 구축할 것이다. 페이코 크레딧에 기반해 30만원 한도로 융통할 수 있는 구조를 소비와 결합해 안내할 예정이다. 크레딧과 이를 연계한 후불결제 서비스는 연말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페이코 크레딧은 어떻게 작동하나.
“기본적으로는 페이코 결제 내역을 바탕으로 소비를 얼마나 잘하느냐, 소비를 얼마나 규칙적으로 반복적으로 하느냐를 평가할 거다. 또 마이데이터 기능을 통해 해당 유저의 대출 내역 등을 분석할 수도 있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유저는 이 정도의 소비는 감당할 수 있겠다’를 추정하는 것이다. 크레딧 점수에 따라 최대 30만원 범위 내에서 후불 결제 한도가 차등 부여된다. 한도를 최대로 끌어올리고 싶다면 크레딧 점수를 올려야 한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기존 금융사든, 빅테크든, 핀테크든 이들이 획득할 수 있는 데이터가 규격화돼 있다.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동일하다 보니 대부분 업체가 선보이는 서비스들이 유사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도 2030을 위한 가벼운 금융이란 콘셉트를 페이코가 잡기는 했지만, 막상 8월이 돼서 뚜껑을 열어봤을 때 이것이 진짜 차별점이 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차별화된 콘셉트는 8월 이후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실제로 구현하고 경쟁사와 비교하면서 계속 고민해나가야 할 점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회사에는 어떤 도움이 될까.
“마이데이터 사업은 당장 돈이 되지 않는다. 다만, 토스라는 좋은 경쟁사에서 보여줬던 점이 있다면 금융상품을 중개하는 것으로도 당장 매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스스로가 금융기관이 아니더라도 서비스를 잘 운영해서 상품을 입점시키고 고객에게 소개했을 때 수반되는 판매·광고 수수료가 매출로 잡힌다. 이런 수수료가 큰돈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도 마이데이터를 통해 금융 쪽 매출을 기대할 수는 있다.
당장 매출보다는 좀 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사업 확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마이데이터와 관련해 전 산업군에서 금융·핀테크 쪽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여기서부터 관련 산업들이 다수 파생될 거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오프라인 유통 산업군이나 정보기술(IT) 접목이 빈약한 곳들은 향후 마이데이터 라이선스를 선점한 곳과 제휴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그때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안전하게 잘 마케팅 하느냐에서 또 하나의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향후 고객으로부터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페이코는 금융을 ‘결제를 서포트해주는 좋은 서비스’로 바라본다. 전통 금융사 입장에서는 결제는 금융 안에 속한 기능의 하나로 볼 뿐이다. 우리는 금융과 결제의 비중을 대등하게 끌고 갈 예정이다. 소비를 잘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금융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유저들에게서 ‘금융이 굉장히 편하다’라는 피드백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