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유일한 공개 중점관리기업인 KCC글라스(344820)가 조만간 ‘큰손’의 특별관리 굴레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국민연금이 공개적으로 문제 삼아온 게 이 회사의 임원 보수 적정성인데,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예년과 달리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KCC글라스가 독립적인 보상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국민연금 요구에 반응한 게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서대문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앞으로 신호등이 보인다. / 뉴스1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는 20일 제5차 위원회를 열어 국민연금이 주요 주주로 참여 중인 9개사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했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은 KCC글라스(344820) 안건 전체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 여기에는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도 포함됐다.

수책위원 9명 모두가 KCC글라스의 이사 보수 한도 안건에 긍정적이진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어쨌든 위원 간 표결에서는 찬성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2024년 말 기준 국민연금은 KCC글라스 지분을 6.87% 보유하고 있다.

이번 결정이 눈길을 끈 건 국민연금이 작년 4월 KCC글라스의 임원 보수 한도 적정성을 문제 삼으며 이 회사를 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국민연금은 “2023년 비공개 대화를 진행했으나, 비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한 사유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공개 전환 이유를 밝혔다.

국민연금은 투자한 기업의 배당 정책, 임원 보수 한도, 기업가치, 주주권 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우선 비공개로 최대 1년간 해당 기업과 대화한다. 개선되지 않으면 비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전환해 1년간 대화를 더 이어간다. 문제가 계속 해결되지 않으면 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전환하고, 이후에는 주주제안 등 주주 활동으로 압박 강도를 끌어올린다.

국민연금은 2022년과 2023년에 이어 2024년까지 3년 연속으로 KCC글라스 정기 주총에서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집중관리가 계속되자 KCC글라스도 국민연금 요구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작년 7월 사외이사 3인이 이끄는 보상위원회를 신설해 사내이사의 성과 평가와 보상 정책을 맡긴 부분이 대표적이다. KCC글라스 관계자는 “국민연금과 대화에 적극 임했다”고 말했다.

매년 KCC글라스 임원 보수 한도 적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던 국민연금이 입장을 바꾼 만큼 공개 중점관리기업 명단에서도 조만간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연금 측은 “공개 중점관리기업 상태에 변화가 생기면 규정에 따라 공시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서울 잠원동 KCC글라스 본사 전경. / KCC글라스

다만 지난해 KCC글라스 등기임원 5인에게 지급된 보수 총액의 86%가 정몽익 회장 한 사람에게 집중된 점,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했는데도 정 회장이 받은 상여는 오히려 늘어난 점 등은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KCC글라스의 ‘지배주주에 대한 과도한 보수 지급’을 지적한 바 있다.

2024년 KCC글라스가 이사 5인에게 준 보수는 총 41억8700만원이다. 사외이사 3인에게 1억9200만원, 사내이사 2인에게 39억9500만원이 지급됐다. 사내이사 중에선 정몽익 회장이 35억8600만원, 변종오 대표가 4억9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KCC글라스 영업이익은 579억7430만원으로 전년 대비 39% 줄었다. 정 회장이 받은 상여는 2023년 2억550만원에서 2024년 2억1600만원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