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그룹에 인수된 이후 흑자 전환한 KG모빌리티(003620)가 대규모 무상감자를 발표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하지만 만성적인 적자 구조를 벗어났고, 당장 자본잠식을 우려할 상황이 아닌데 무상감자를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주가는 직격탄을 맞았다. 무상감자 발표 후 KG모빌리티는 최근 주가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한 달 전 3500원 수준이던 KG모빌리티 주가는 이달 4700원으로 올랐다. 그런데 11일 무상감자 결정이 나오면서 주가가 급락해 3700원대로 떨어졌다.
KG모빌리티 주가가 떨어진 것처럼 무상감자는 보통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자본금을 잉여금으로 전환하는 회계 작업인 무상감자는 오랫동안 영업손실이 누적돼 재무구조가 악화된 기업이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결정하기 때문이다.
KG모빌리티는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고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를 액면가 1000원으로 감액하는 무상감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다만 무상감자가 이뤄져도 주식 수는 변함이 없다. 정해진 비율로 병합해 주식 수가 줄어드는 무상병합 감자와 달리 KG모빌리티는 주식 수는 유지하고 자본금만 감소시키는 액면가 감액 무상감자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두 방식 모두 결손금 보전과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목적에서는 동일하지만, 감자 이후 주식 수 변화에서는 차이가 크다.
KG모빌리티의 경우는 당장 자본금이 너무 많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무상감자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감자가 시행되면 9820억 원 규모의 KG모빌리티의 자본금은 1964억원으로 감소한다. 감자로 인한 자본금 감액분은 잉여금으로 전환된다.
KG모빌리티가 이제 막 흑자 전환한 만큼 당장 배당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꾸준한 실적 개선이 이뤄진다면 이번 무상감자 결정이 주주환원 정책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다만 남아있는 우려는 회사가 유상증자를 추진할지, 추진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지다.
많은 기업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무상증자 직후 추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과거 자본잠식 위기에 빠졌던 삼성중공업(010140)이 5분의 1 무상감자와 함께 1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코로나 사태로 경영난을 겪은 제주항공 역시 무상증자와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동시에 추진했다.
KG모빌리티는 전기차 모델을 확대하고 자율주행, 차량용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막대한 투자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이번 무상감자 결정은 26일 예정된 주주총회를 통과해야 한다. 주총에서 의결되면 다음달 10일부터 5월 8일까지 주식 거래가 정지되고 5월 9일 신주를 상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