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전 세계는 관세 전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행에 전 세계 시장이 숨죽이고 있는 상황에서 그는 지난달 27일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25% 관세를 4일 예정대로 부과할 뿐만 아니라, 이미 10% 추가 관세를 부과한 중국에 같은 날 10% 관세를 더 부과하겠다고 밝혀 다시 한번 시장을 흔들었다. 이에 최근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 정책으로 인플레이션 및 소비 심리 둔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YONHAP PHOTO-1843> U.S. President Donald Trump makes an announcement about an investment from 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TSMC), in the Roosevelt Room at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D.C., U.S., March 3, 2025. REUTERS/Leah Millis/2025-03-04 06:57:39/ <저작권자 ⓒ 1980-2025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대한 언급 외에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또 다른 정책이 하나 있다. 바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식에서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을 외쳤다. 석유 등 화석연료를 부활시키겠다는 뜻이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정책은 미국과 같은 강대국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에너지·인프라 정책은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으로 에너지 독립을 이루는 것”이라며 “각종 규제를 완화·철폐, 생산을 확대해 가격을 안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친환경 정책은 상대적으로 제한될 전망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화석 에너지를 중심으로 패권을 확대하는 ‘미국 에너지 해방(Unleashing American Energy)’ 행정명령 14154에 서명했다. 또 기존 친환경 관련 정책을 폐지하고,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기 위한 미국 에너지 주도권 위원회(NEDC)를 설립했다. 이 위원회는 국내 에너지 생산 확대를 통한 가격 안정화, 공급망 리스크 해소 및 필수 광물 수입 대체, 동맹국 대상 LNG 공급 확대 등을 핵심 목적으로 한다. 윤 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에너지 관련 키워드는 ‘원유·LNG 공급 확대, 필수 광물, 원자력 등 대체 시도’로 요약할 수 있다”고 했다.

관련된 주식들에도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액화천연가스(LNG) 확대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자 LNG 관련주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혜택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이차전지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에너지 해방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했던 친환경 정책인 그린 뉴딜 및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의사를 밝히며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 연구원은 미국이 “원유 등 전통적인 에너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공급을 확대해 가격 안정화를 시도할 것”이라며 “이는 유가 민감도가 높은 석유 가스 생산·탐사(E&P) 등에는 부정적 요소다. 그렇기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운송·저장(미드스트림) 계열을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으로 미국 내 화석연료 개발 확대가 예상되고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로 “미국 내 철강 가격, 특히 유정관(OCTG) 가격이 급등했다”고 말했다. 미국향 송유관 수출과 관련된 업계에는 호재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반대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책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부터 미국은 국제 무대에 열리는 기후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UN기후변화협약(UNFCCC) 기후 재정위원회 회의에 미국 대표단은 불참했다. 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회의에도 미국 정부 과학자들의 참석은 금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에서 약속한 재정적 지원도 철회하겠다고 했고 빈곤국이 기후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녹색기후기금에 약속한 40억달러에 대해서도 지원을 철회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보다 2기 행정부에서 ESG 정책을 더 강력하게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이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 에너지 가격 하락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안티 ESG 대응이 예상보다 강력해지면서, 유럽 등에서도 관련 정책이 약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