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전쟁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가운데 안전자산인 금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금값은 10일(현지 시각) 기준 2900달러를 넘기며 다시 한번 신고가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미 너무 많이 오른 금에 지금 투자해도 괜찮을까?

9일 서울 종로구 한 귀금속 판매점에 금 상품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10일(현지 시각)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4월물은 전장보다 트로이 온스(1ozt=31.10g)당 1.7% 오른 2936.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 현물은 온스당 2905.24달러에 거래됐다.

금값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연일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 뉴욕 상품거래소(COMEX)에서는 금 재고가 88% 증가했는데, 이 때문에 전통적인 글로벌 금 거래의 중심지인 런던에서는 금 부족 현상까지 나타났다.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 관세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추측되자 리스크 헤지 목적으로 미국으로의 골드러시가 발생한 것이다.

지금까지 폭등한 금값이 앞으로도 더 오를까? 증권가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 현물이 온스당 28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금 상승세는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상 완화 기조가 지속되는 한 금 가격 강세 전망은 유효하다”고 했다. 황 연구원은 연내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를 돌파하면 목표가를 3300달러로 상향 조정하겠다고도 했다.

금값이 더 오를 것이라 내다보는 이유로는 트럼프 대통령발 관세 리스크 우려가 있다. 관세 정책이 불확실성을 계속 높이는 상황에서는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영훈 연구원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물가를 자극해 물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될 수는 있지만, 경기에 대한 우려는 계속 이어져 안전자산 선호로 작용할 것”이라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물가를 자극하는 것이) 귀금속에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미국 달러화의 변동성을 분산하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보유 외환 다변화 기조는 주요 준기축 통화 중에서 금으로 집중되고 있다. 황병진 연구원은 “더욱이 트럼프 관세로 재현되는 무역 전쟁은 중앙은행들의 또 다른 금 매입 동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금이 너무 올랐다면 은을 주목해 볼만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은은 지난해 연초 대비 30% 이상 오르며 한때 온스당 35달러에 근접했지만 미국 대선을 기점으로 가격이 내렸다. 은 가격의 역대 고점은 2011년 당시 기록한 온스당 약 50달러였는데 아직 여전히 이를 하회하는 수준에서 거래 중이다. 황병진 연구원은 “과거 대비 높아진 실질금리의 방향성이 은 가격 상승의 강도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금 가격 대비 저렴한 은으로 투자자 시선이 몰리며 자금 유입세가 가시화될 수 있지만 은 가격은 금 대비 변동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