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장기화 우려와 달러 강세, 국제유가 상승 등의 악재가 국내 자본시장의 투자 심리를 크게 억누르고 있다. 길을 잃은 개미들이 작은 이슈에도 쉽게 흔들리다 보니 특정 테마 업종만 급부상했다가 가라앉는 패턴이 반복되는 분위기다. 문제는 같은 업종에 묶였어도 수익률은 종목에 따라 천차만별로 갈린다는 점이다. 올해 이차전지 투자가 광풍이었어도 모두 웃을 순 없는 이유다.
3일 조선비즈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이차전지·초전도체·로봇·의료AI(인공지능) 등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화제를 모은 테마 업종 내 주요 종목들의 2023년 1월 2일 종가 대비 9월 27일 종가를 비교했다. 연초에 이차전지주를 산 개미 중에선 삼성SDI와 엘앤에프 투자자가 재미를 못 봤다. 로봇 영역에선 인탑스 투자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주를 부러워할 것이다.
우선 올해 초 유가증권 시장에서 이차전지에 투자한 개미 중에서는 POSCO홀딩스(005490) 주주가 가장 행복한 명절을 보냈을 것이다. POSCO홀딩스 주가는 올해 1월 2일 27만2000원에서 9월 27일 53만5000원으로 96.69% 올랐다. 포스코퓨처엠(003670) 투자자도 만족스럽다. 이 회사 주가는 같은 기간 19만1500원에서 35만9500원으로 87.73% 상승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 투자자의 수익률은 6.84%(44만6000원→47만6500원)다. 돈을 잃진 않았지만, 올해 이차전지 열풍에 비하면 살짝 아쉬운 성적표다. 현재 코스피 이차전지 종목 투자자 가운데 가장 심란한 이는 삼성SDI(006400)를 보유한 개미다. 삼성SDI 주가는 지난 1월 2일 60만2000원에서 9월 27일 51만2000원으로 뒷걸음질쳤다. 등락률은 -14.95%다.
이차전지 열기가 더 뜨거웠던 시장은 코스닥이다. 코스닥 시장에서 포스코DX(022100) 주가는 1월 2일 6100원에서 9월 27일 5만4200원으로 788.52%나 치솟았다. 최근 주가가 주춤한 상태이긴 하나 연초에 에코프로(086520)에 들어간 개미라면 현재 웃을 수밖에 없다. 이 회사 주가는 1월 2일 11만원에서 9월 27일 90만1000원으로 719.09% 급등했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비엠(247540)도 170.88%(9만3400원→25만3000원) 올랐다.
코스닥 이차전지 투자자 중 웃기 힘든 이는 엘앤에프(066970) 주주다. 1월 2일 18만5400원이던 엘앤에프 주가는 지난달 27일 17만3400원으로 역주행했다. 등락률은 -6.47%다.
시선을 로봇으로 넘겨보면 단연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가 눈길을 끈다. 이 회사 주가는 1월 2일 3만2600원에서 9월 27일 16만8600원으로 417.18% 급등했다. 티로보틱스(117730)의 성적표도 351.34%(5960원→2만6900원)로 우수하다. 뉴로메카(348340)와 에스비비테크(389500) 수익률도 각각 233.62%, 203.16%로 연초 대비 3배 넘는 이익을 남겼다.
로봇 투자자 중에서는 인탑스(049070) 주식을 보유한 이가 아쉬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 회사 주가는 연초 2만7200원이었는데, 현재는 1.10% 소폭 상승한 2만7500원에 머물러 있다. 등락률 수치만 단순 비교하면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인탑스의 약 380배에 달한다.
초전도체 관련주는 신성델타테크, 모비스, LS ELECTRIC 등 6개 종목을 살폈다. 초전도체 광풍은 지나갔지만, 이들 종목을 연초에 산 개미라면 현재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을 것이다. 이 중 수익률이 가장 높은 건 신성델타테크(065350)로, 연초 대비 수익률 448.09%(7590원→4만1600원)를 기록하고 있다. 그 뒤를 모비스(수익률 231.90%)와 서남(126.16%), 파워로직스(74.13%), LS ELECTRIC(69.51%), 덕성(27.04%)이 따른다.
의료AI 분야에서는 루닛, 뷰노, 제이엘케이, 딥노이드 등을 들여다봤다. 4개 종목 모두 연초 대비 300% 이상의 수익률을 과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1등은 744.75%(3285원→2만7750원)의 수익률을 기록한 제이엘케이(322510)다. 2위 루닛(328130) 주가는 1월 2일 2만7841원에서 9월 27일 17만9500원으로 544.73% 올랐다. 뷰노(338220)도 6230원에서 3만9050원으로 526.81%나 상승했다. 딥노이드(315640) 수익률은 311.14%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개별 종목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묻지 마’ 테마주 투자가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테마주 유행을 등에 업고 실적 개선 여부가 불분명한 기업 주가까지 덩달아 급등하는 일이 관찰된다”며 “거품이 순식간에 꺼져 대규모 손실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이런 때일수록 옥석을 골라내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