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의 금융 계열사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가 잇달아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가운데, 장외 주식시장에서는 벌써 상장을 앞둔 카카오의 다음 계열사들을 찾아 나서는 분위기다.
장외 주식 투자자들은 특히 카카오모빌리티에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T’와 ‘카카오내비’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빠르면 내년 중 상장할 예정인데, 이미 장외 시장에서 몸값이 8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그 외에 연예 기획사들과 웹툰 플랫폼 등을 운영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비상장 주식도 매수 대기자가 넘쳐나는 상황이다.
12일 금융 투자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엔젤리그’에서 카카오모빌리티 주식이 1주 당 15만179원에 거래됐다. 이를 토대로 계산한 회사의 시가총액은 8조4869억원이다.
이날 카카오모빌리티가 장외 시장에서 인정 받은 8조5000억원은 최근 LG(003550)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때 인정 받은 몸값(약 4조원)보다 2배 이상 높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앞서 이달 2일 LG를 대상으로 1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당시 신주 발행가는 주당 6만3670원이었다.
이처럼 카카오모빌리티의 비상장 주식이 전략적 투자자(SI)가 인정한 몸값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은, 매수 가능한 물량이 한정돼 있어 희소성이 있기 때문이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38커뮤니케이션'에는 카카오모빌리티 주식의 매수를 원한다는 글 30개가 올라와 있는 반면, 매도하겠다는 글은 한 개도 없다.
개인이 비상장 주식을 거래하기 위해서는 주식이 통일주권 형태로 한국예탁결제원에 예치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카카오모빌리티 주식은 통일주권으로 전환되지 않아 38커뮤니케이션이나 ‘증권플러스 비상장’ 같은 일대일 거래 플랫폼에서 사고 팔 수 없다. 엔젤리그에서 개인이 투자 조합을 결성해 주식을 매매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카카오모빌리티 뿐 아니라 카카오페이지와 연예 기획사, 영화 제작사, 영상 콘텐츠 유통 업체 등을 자회사로 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장외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계열사 중에는 ‘몬스타엑스’ 소속사 스타쉽, ‘아이유’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 배우 이병헌의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 영화 ‘신세계'·'아수라'를 만든 사나이픽처스 등이 포함돼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내년 중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직 통일주권이 발행되지 않았음에도 주식 매수 대기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38커뮤니케이션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주식 매수 대기자들이 제시하는 호가는 10만원대 초반에 형성돼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발행 주식 수가 1780만8482주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면 장외 시장에서 보는 시가총액은 약 1조8000억원인 셈이다.
이처럼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같은 카카오 계열사들의 비상장 주식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상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잇달아 순조롭게 증시에 입성하자, 다른 계열사들 역시 상장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커진 상태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몸값은 이미 수조원에 달함에도, 앞으로 더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 가치를 각각 9조3800억원, 16조6600억원으로 평가했다.
성 연구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올해 3~4월 투자 받을 당시 평가 받은 기업 가치가 3조3500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해, 2.8배를 곱해 9조3800억원의 시가총액을 산정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카카오페이지의 평가 가치를 8조5000억원으로, 엔터테인먼트 부문 카카오엠의 평가 가치를 3조4000억원으로 각각 산정한 뒤 더해서 40%를 할증해 16조6600억원을 구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은 비상장 주식 매매를 선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현재 상장을 앞두고 있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희망 공모가가 비상장 주식 시세보다 다소 낮게 책정된 만큼, 상장 후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가 제시한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는 3만3000~3만9000원이나, 증권플러스 비상장 기준 주가는 8만1000원이다. 공모가가 밴드 상단으로 확정된다 해도 장외 주가의 절반이 채 안 된다. 현재 38커뮤니케이션 기준가는 8만2500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