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 정상회담이 오는 21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열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반도체와 관한 협력 논의가 예상되는 만큼 투자자들은 이번 회담이 주식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는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 아시아 지역 내 코로나 재확산 우려 등으로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지수는 하루 전보다 18.80포인트(0.60%) 내린 3134.52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에는 11일부터 13일까지 3거래일 연속 계단식으로 하락했다.

앞서 청와대와 백악관은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동시에 발표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양국 간 코로나 백신 협력이 경제 분야의 주요 의제로 다뤄지는데, 반도체와 자동차용 배터리 산업 협력 방안 등도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보다 백신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미국과 ‘백신 스와프’를 체결해 백신 물량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올해 상반기 미국으로부터 백신 물량을 빌려온 뒤, 하반기 국내에 도입되는 물량을 돌려주는 식이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백신 접종 속도가 지금보다 빨라지면, 시장에선 이를 호재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백신 접종을 차질 없이 시행하면서, 일상회복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번 방미를 백신 협력 강화와 백신 생산 글로벌 허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SK증권에 따르면 현재 나라마다 다른 백신 접종률은 각 나라의 경제 재개 시점, 코로나 통제 리스크 등을 결정하고 있다. 작년에는 방역 모범국인 한국이 아웃퍼폼(시장 수익률 상회)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더딘 백신 수급 때문에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달 들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주가는 지난 14일까지 18% 상승했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약 17조원이 증가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모더나 완제 생산(DP) 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확정된 바 없어 확인이 불가하다. 추후 확인이 가능한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수급 문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줄 밑그림이 그려질 가능성도 점쳐졌다.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해 반도체 업종 주가 부진이 코스피지수 낙폭 확대 악순환으로 이어졌던 만큼, 정상회담 전후로 미국에서 들려올 소식이 반도체 업종은 물론, 국내 증시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DB

미 상무부는 지난 4월에 이어 이번 달에 또다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대상으로 반도체 수급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한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대만 TSMC와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는 정상회담 하루 전인 20일로 예정됐다.

이경민 대신증권(003540)연구원은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 투자와 관련된 계획 등이 나온다면 반도체, 자동차 업종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며 “실적 개선에도 부진했던 기존 주도주들의 주가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겠다”고 예상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상회담이 침체된 시장 분위기를 되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정상회담이 국내 증시나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유의미한 결과를 내놓진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주요 의제로 선정된 코로나 백신, 반도체 협력 등이 중요한 사안인 것은 맞지만, 양국 정상이 만나 즉각적으로 결론을 낼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추후에 국내 기업과 정부가 해결할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형렬 교보증권(030610) 리서치센터장은 “냉철히 말해서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이야기는 거의 없다”며 “확인된 부분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굳이 앞서나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방향성은,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협력 내용이 나온 다음 고민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미일 정상회담 때도 기대와 달리 각국 시장이 별다른 반향이 없었던 것처럼 이번 사안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당시 일본에서도 원론적으로 다뤄질 만한 내용이 다 나왔었고, 심지어 바이든 대통령이 도쿄 올림픽을 지지한다는 이야기까지 했지만 시장은 반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