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연습 경기 장면이다. 니폰햄 화이터즈가 자체 홍백전을 치르는 중이다.
홍팀의 두 번째 투수는 신입이다. 우완 야마시로 고타로(22)다. 호소대를 졸업하고 드래프트 6번째로 지명돼 입단했다. 계약금 3000만 엔(약 2억 9000만 원), 연봉 770만 엔(약 7500만 원)의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이날이 첫 실전이다.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안타 1개를 맞았지만, 최고 150㎞에 이르는 묵직한 패스트볼이 위력적이었다. 흡족한 데뷔 무대다.
그런데 이상하다. 지켜보던 감독의 표정이 좋지 않다. 급기야 못마땅함을 드러낸다. 이례적이다. 평소와는 전혀 다르다. 보통은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통한다. 선수에게 직접 뭐라고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심지어 기자들 앞에서도 숨기지 않는다. 드러내 놓고 비판한다. 이런 얘기였다.
“아니, 공 12개를 던지는데 모자가 7번이나 벗겨졌다. 이거 정말 문제가 많다. 일단 위험하다. 만약 투수 앞 땅볼이 와서 자기 모자에 걸릴 수도 있고, 잘못 밟아서 스텝이라고 꼬이면 부상을 당할지도 모른다.” (신조 쓰요시)
질책은 멈추지 않는다. 코치도 나무란다.
“벌써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데…. 모자 사이즈를 58에서 57로 하나 줄이라고, 그렇게 주의를 줬는데 말이다. 그걸 전하지 않은 코치진에게도 화가 난다.” (신조 쓰요시)
잠시 후 조금 진정된 모습이다. 평소의 톤을 되찾았다. 이내 농담으로 마무리한다.
“트리트먼트가 무척 잘 됐나 보다. 머릿결이 너무 보송보송해서 그런 것 같다.” (신조 쓰요시)
아무튼. 그날 이후로 신입 투수의 모자는 벗겨지는 일이 없었다.
신조(53)는 NPB(일본프로야구)에서 가장 핫한 감독이다. 특히나 패션에 대한 진심은 유명하다. “프로 선수는 팬들에게 보여주는 직업이다. 외모에 각별히 신경 써야하는 게 당연하다”라는 지론을 펼친다.
두 말 하면 뭐 하겠나. 몸소 실천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이미 여러 차례 ‘의느님’의 은혜(?)도 받았다. 그걸 숨기지도 않는다. 지난 겨울에도 “얼마 전 한국에 다녀왔다. 예전에 수술했던 코가 너무 높게 돼, 3mm를 깎았다. 이제야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됐다”라고 TV 녹화 중에 밝혔다.
특히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이 있다. 헤어 스타일이다. (남자) 패션의 완성은 머릿발이라는 신념이 확고하다.
역시 얼마 전의 일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펑고를 받던 선수에게 다가간다. 혹시 수비 동작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가? 얘기는 꽤 오래 계속된다. 무슨 대화였을까. 궁금한 기자들이 기자들이 물었다.
대답이 역시 신조 감독답다.
“머리 스타일에 대해서 물어봤다. 어디서, 얼마나 자주 자르는지. 단골 업소나 전담 미용사는 있는지. 그런 것들에 대해 얘기했다.”
이날 컨설팅의 대상은 4년 차 내야수다. 미즈노 다쓰키(24)였다. 사실 패션과는 거리가 먼 선수다. 성실하게 야구만 할 것 같은 스타일이다.
“그냥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자르면 모자 뒷부분이 삐죽삐죽 나오게 된다. 그건 좀 곤란하다. 나 같은 경우는 커트하러 갈 때 항상 모자를 쓰고 간다. 그 상태에서 옆머리와 뒷머리를 정리한다. 그래야 느낌을 살릴 수 있다. 선수 시절부터 죽~ 그랬다.” (신조 쓰요시)
꽤 참신한 방법이다. 나름대로 설득력도 있다.
“사실 팬들이 보는 것은 유니폼을 입은 선수의 모습이 대부분이다. 모자를 벗고, 사복 차림은 거의 노출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패션도 거기에 맞춰야 한다.”
마무리는 역시 농담이다.
“보기 좋은 선수가 인기도 얻기 마련이다. 그러면 전국적인 지명도가 생기고, 나처럼 TV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갈 수 있다. 그래야 나만큼 돈도 많이 벌게 된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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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백종인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