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가 MLB 도쿄시리즈의 깜짝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시카고 컵스에 이어 LA 다저스까지 2경기 연속 3-0 승리를 거두며 일본야구의 우수성을 제대로 증명했다.

후지카와 큐지 신임 감독이 이끄는 한신은 지난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5 MLB 월드투어 도쿄시리즈 프리시즌 게임에서 다저스에 3-0 완승을 거뒀다. 그 전날(15일) 컵스전도 3-0으로 이긴 데 이어 2경기 18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한 투수력을 앞세워 메이저리그 팀들을 격파했다.

컵스전에선 1군 2시즌 7경기 등판으로 아직 승리가 없는 좌완 투수 몬베츠 게이토가 선발등판, 5이닝 2탈삼진 퍼펙트 깜짝 호투로 눈길을 끌었다. 한신 불펜 공략에도 실패한 컵스는 산발 3안타 무득점으로 물러났다.

컵스보다 전력이 좋은 다저스 강타선을 상대로도 한신의 투수력이 빛났다. 지난해 에이스로 올라서며 프리미어12 일본대표팀에도 발탁된 우완 사이키 히로토가 5이닝 1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다저스 타선을 압도하며 승리를 따냈다. 한신 불펜에도 2안타로 막힌 다저스는 산발 3안타 무득점으로 침묵하며 삼진만 12개를 당했다.

5회 선두타자 맥스 먼시에게 첫 안타를 맞기 전까지 노히터로 막은 사이키는 총 투구수 83개로 헛스윙만 16번을 이끌어냈다. 최고 시속 95마일(152.9km), 평균 93.4마일(150.3Km) 포심 패스트볼(46개) 중심으로 포크볼(16개), 슬라이더(14개), 커브(5개), 체인지업(2개)을 구사했다.

189cm 장신에서 꽂는 포심 패스트볼은 분당 회전수(RPM)가 최대 2775, 평균 2617까지 나올 정도로 힘이 넘쳤다. 강속구와 함께 낙차 큰 포크볼에 다저스 타자들의 배트가 연신 헛돌았다. 삼진 7개 중 5개가 포크볼로 잡은 것이었다. 여기에 보더라인을 훑는 안정된 제구까지 완벽했다. 오타니 쇼헤이도 1회 사이키의 낮게 떨어지는 포크볼 헛스윙 삼진을 당하더니 3회 몸쪽 높은 포심 패스트볼에 먹힌 타구가 나오면서 중견수 뜬공 아웃됐다.

‘풀카운트’ 비롯해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날 경기 후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사이키에 대해 “메이저리그 구위를 갖고 있다. 스플리터도 좋았고, 제구도 좋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경기 후 사이키에게 커브 던지는 방법을 알려준 다저스 투수 타일러 글래스노우도 “나도 사이키에게 여러 가지로 질문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었다”며 “아주 좋았다. 일관성이 뛰어났다”고 말했다.

한신 타선에선 ‘좌타 거포’ 사토 데루아키의 한 방이 빛났다. 4회 무사 1,3루 찬스에서 사이영상 2회 수상에 빛나는 다저스 좌완 블레이크 스넬의 5구째 바깥쪽 높게 들어온 시속 95마일(152.9km) 포심 패스트볼 공략, 우중월 스리런 홈런으로 연결했다. 타구 속도 시속 100.4마일(161.6km), 비거리 373피트(113.7m), 발사각 34도 홈런으로 이날 경기 결승타였다.

로버츠 감독은 사토에 대해 “훌륭한 타자다. 힘에서 밀리지 않는 스윙을 했다”며 “한신은 전체적으로 훌륭한 팀이었다. 수비도 탄탄하고, 타격도 좋았다. 타자들이 패스트볼을 제대로 받아친 것이 인상적이다”고 높게 평가했다. 사토뿐만 아니라 모리시타 쇼타도 4회 스넬의 시속 95.9마일(154.3km) 몸쪽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측 2루타로 연결했다.

결과도, 내용도 모두 훌륭했던 한신으로선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자신감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후지카와 감독은 “사이키가 매우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는데 시즌 때도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며 “선수 개개인에게 매우 의미있는 시간이었고, 공부가 됐을 것이다. 이제 페넌트레이스가 기다리고 있으니 내일부터 팀으로서 시즌 준비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waw@osen.co.kr

[OSEN=이상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