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아솔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로드FC 072 2부 메인 이벤트 헤비급 경기에 출전해 일본의 세키노 타이세이와 맞붙었다.
원래 경기 상대였던 ‘로드FC 두 체급 챔피언’ 김태인이 14일 훈련 중 무릎 부상을 당해 출전이 무산되자 로드FC는 급히 대체 선수를 찾아야 했다.
그때 권아솔이 등장했다. 권아솔에게는 어려운 선택이었다. 3~4년간 공백이 있었고 체급 차이도 컸지만 대회와 동료를 위해 출전을 결심했다.
일방적인 흐름이 예상됐지만 권아솔은 초반부터 거세게 맞섰다. 세키노의 전진 압박 속에서도 그는 오른손 훅과 하이킥으로 반격했다. “가까이 붙지 말라”는 코치진의 외침이 이어졌지만 권아솔은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 투지를 보였다.
2라운드에서는 오히려 권아솔이 먼저 압박하며 주도권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급격히 떨어진 체력이 발목을 잡았다. 세키노는 강력한 오른손 어퍼컷을 적중시켰고 권아솔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어진 연속 펀치에 결국 캔버스에 쓰러졌고 세키노는 파운딩으로 경기를 마무리 했다.
이날 무릎 부상으로 출전이 무산된 김태인이 경기를 지켜봤다. 자신을 대신해 싸운 권아솔의 패배를 지켜본 그는 미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후 마이크를 잡은 김태인은 “손이 부러져도 시합을 뛰는데 경기 3일 전 무릎 내측 인대가 완전히 파열됐다. 진통제를 맞아도 도저히 싸울 수 없는 상태였다”며 출전이 무산된 이유를 밝혔다. 이어 “대회를 망친 것 같아 죄송하다. 권아솔 선수, 팬들 그리고 세키노 타이세이 선수에게도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에 세키노 타이세이는 “부상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나도 더 좋은 선수가 되어 돌아올 테니 그때 다시 만나 싸우자. 부상 잘 치료하라”고 응원했다.
김태인은 끝으로 “꼭 다시 싸우겠다. 제대로 준비해서 보여드리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비록 패배 했지만 권아솔의 과감한 결단과 용기는 팬들과 동료들에게 깊은 감동을 남겼다. 경기장을 찾은 이들은 로드FC 072를 빛낸 그의 도전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sunday@osen.co.kr
[OSEN=이대선 기자]